[문화라운지] 최대환 신부 "영화 `사일런스`, 침묵 속에 담긴 주님의 메시지"
* 최대환 의정부교구 신부, cpbc 가톨릭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 인터뷰
[인터뷰 전문]
헐리우드의 거장 영화감독인 마틴스콜세지가 일본 천주교 박해사를 다룬 영화를 제작해서 화제입니다.
제목은 침묵이라는 뜻의 `사일런스`인데요. 개봉일은 2월28일이라고 합니다.
가톨릭 평화방송 라디오 인문학 산책을 진행하신 의정부 교구 최대환 신부 연결해서 영화 사일런스에 관한 이야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 최대환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세요. 최대환 신부입니다.
▷ 사일런스 얘기 좀 해볼텐데 이 영화 사일런스는 원작이 따로 있는거죠?
▶ 네, 비교적 많이 알려진 일본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원작이고요.
아무래도 요즘 영화 제목을 영어로 많이 하니까 사일런스라고 해서 혹시 그 소설하고 연관을 못 짓는 경우도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아무튼 그 소설을 상당히 충실하게 영화화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 엔도 슈사쿠도 사실은 가톨릭 신자예요.
▶ 네, 일본의 대표적인 가톨릭 작가라고 할 수 있고요.
일본만이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종교작가 가톨릭 작가라고 해서 이렇게 호교론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들의 고뇌 이런 것을 다룬 작가라서 대체로 그레엄 그린 이런 작가들하고 좀 비슷한 맥락에서 많이 다뤄지는 것 같아요.
▷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여러번 거론된 인물이기 때문에.
▶ 많이 올랐었죠.
▷ 가톨릭 신자 사이에서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 유명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또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작품의 시대적 배경, 줄거리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17세기 정도에 유럽의 포르투갈 에수회 신부님들이 일본으로 선교를 많이 갔거든요.
많이 들어는 보셨겠습니다. 나가사키로 대표되는 그런 아주 큰 교우촌을 이루면서 꽤 교세가 자라나기 시작했는데 아주 모진 박해가 시작이 됐습니다.
특별히 도쿠가와 이에아스 시대에,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여기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은 그 신자 분들의 영웅적인 그런 신앙심 이런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 로드리고 신부라고 나오는데요.
앞서 일본 선교에 떠났던 말하자면 가장 존경하는 은사 신부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페레이라 신부가 말하자면 계속해서 소식이 들려온거죠.
로드리고 신부 입장에서는 젊은 신부로서 정말 자랑스러워하면서 선교의 어떤 열매들을 고국에서 듣고 있었는데 문득 이상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는거예요.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를 하고 일본 여인을 아내로 삼고 말하자면 평범한 일본 사람이 되어서 그뿐더러 오히려 배교하도록 사람들을 종용하는 말하자면 앞잡이가 되었다. 이런 소문이 들려오는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죠.
▷ 제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충격이죠.
▶ 그렇죠. 그래서 선교를 준비하는 입장이기도 했고, 동료 가르페 신부와 함께 소식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일본으로 가는 이런 것이 셋팅이 된 것이고요.
가서 만나서 실제로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 배교라고 말할 수 있다면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를 만나게 되고, 얘기를 듣게 되고, 본인도 그런 어찌보면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그런 내용입니다.
▷ 사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먼저 가톨릭교를 받아들였고, 그래서 초창기에는 신자들도 굉장히 많지 않았습니까?
▶ 굉장히 많았죠.
▷ 그런데 왜 갑자기 일본 도쿠가와 이에아스가 이 박해를 시작한거죠?
▶ 그거는 일본 교회사 전공하신 분들께 더 자세히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나가사키 성지순레를 다니면서 조금 귀동냥으로 듣고 하기에 해보면 아무래도 일본 사람들 특히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초창기에 그런 선교를 용인했던 큰 이유 중에 하나가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효용가치를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그 효용가치가 없고 오히려 우리나라 박해에서도 한 요인이었습니다만 그 지배체제를 도전하는 것 같은 사상이라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오히려 박해를 굉장히 가혹하게 한 것이죠.
▷ 지배층이 위협을 느끼니까 박해를 하게 되는군요.
▶ 그렇죠.
▷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 신부님께서도 당연히 읽어보셨겠죠?
▶ 네, 제가 기억이 나는데요. 제가 신학교 저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신학교 들어갔으니까 그 때 신학교 들어가서 1학년 때 아마 읽었던 것 같은데.
▷ 눈물을 좀 흘리셨습니까?
▶ 좀 충격이었죠. 눈물을 흘린 것 이전에 일단 그 때만 해도 순교와 배교와의 문제였죠.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교회사 안에서 배교자들의 문제들을 예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잖아요.
그런 상황들 특히 아마 김 훈씨의 흑산같은 소설이 나온 다음에 그런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만 그 당시 저의 입장에서도 사실 순교와 배교라는 것은 하늘과 땅. 그런 것부터 신학생의 입장에서는 상황이라는 것이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이입을 해보게 되는 것이죠.
예수회 사제가 배교를 했다는 이런.. 동창들하고 같이 읽으면서 많이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그 내용을 보면 저도 잠깐 기억이 나는데 고문을 엄청 세게 하잖아요.
▶ 네.
▷ 그것을 과연 견디면서 순교의 길로 갈 수 있을까. 사실 인간적으로 그런 고뇌가 좀 들어요.
▶ 사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죠.
소설 읽다보면 더 잔인한게 그런 얘기 나오거든요.
처음에 효수를 했는데 너무나 영웅적으로 보이니까 사실은 형리들 조차도 감화를 받아서 신앙을 갖는 상황이 나오거든요.
페레이라 신부와 로드리고 신부를 취조한 담당관이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는데 가능한 치욕을 주는 방식으로 거꾸로 매달아가지고 피를 조금씩 흘려서 고통은 길게하고 죽지는 않는 이런 식으로 점점 더 잔악하게 가는 것이죠.
그런 상황들을 상상해보면 정말 순교라는 것이 사람의 힘이 아니라 은총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의정부교구 최대환 신부님과 함께 영화 사일런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있는데 사일런스 인터넷 평을 보니까 원작소설이 실화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해요. 이게 실화가 맞습니까?
▶ 저도 사실 읽을 당시에는 실화인지 아닌지 크게 관심은 없었고요.
아마 이런 상황이니까 비슷하게 인물들은 취합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엔도 슈사쿠가 나중에 침묵을 쓴 다음에 한참 후에 자기가 쓰게 된 배경을 자기가 직접 쓴 글들이 있거든요.
우리나라에도 번역되기도 했는데 거기에 보면 등장인물은 실물, 실화가 맞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예를 들면 한국 순교자들에 대해서 소설을 쓴다고 하면 일단은 사료를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야될 것 아니예요.
마찬가지로 이 기리시탄이라고 하는 일본 천주교 신자들의 삶에 대해서 엔도 슈사쿠가 나가사키 사람이 아니었지만 나가사키를 거의 고향으로 여길 정도로 수없이 가 가지고 조사를 하고 그래서 인물을 어떤 내용을 쓸까 하다가 딱 마음을 사로잡은 인물들이 페레이라와 로드리고 신부였죠.
그런데 페레이라 신부는 실물 이름대로가 맞고요.
로드리고 신부는 원래 이름은 키아자 신부라는 이탈리아 사람인데 그것을 조금 이름을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는 사실 엔도 슈사쿠가 사료에 나와있는 내용 말고 로드리고가 배교한 다음에 과연 그럼 어떤 삶을 더 살았을까 이것을 머리에 두고 있었대요.
그런데 사료에 나오지 않으니까 이름을 바꿀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로드리고 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기본적으로는 실제로 있었던 사료에 나와있는 일을 바탕으로 해서 쓴 소설은 맞아요.
▷ 신부님께서 중간에 기리스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크리스찬을 일본어로 키리스탄 또는 기리스탄이라고 하는 거죠?
▶ 네.
▷ 마틴스콜세지 감독, 이 분도 가톨릭 신자예요.
▶ 네, 맞습니다.
▷ 사제가 되기를 원했었죠? 이 분도.
▶ 최근에 이 침묵 때문에 인터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잘 알려진 영성작가기도 하고 현재 미국의 아메리카 매거진 편집장 맡고 계신 제임스 마틴 신부하고 굉장히 긴 인터뷰가 이 영화 찍으면서 나왔는데 거기에 자세하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기가 어렸을 때 부모님도 이탈리아계니까 종교적 분위기는 좋지만 부모님들이 아주 열심히 하셨던건 아닌데 자기가 그런 어렸을 때부터 그런데 많이 끌렸고 또 복사도 했고 메리놀회 같은데도 가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주 진지하게 성소를 생각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요.
아무튼 종교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마음의 굉장히 여러 가지 변화도 있고 또 신앙에 있어서 스스로 위기도 많이 있고 이것은 사실이지만 종교적인 문제를 평생 구원의 문제라는 것.
마음에 안고 살았던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 영화 사일런스, 제목이 침묵인데 제목의 의미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작품 속에서 침묵의 의미, 어떻게 우리가 바라봐야 합니까?
▶ 소설에서도 그렇고 영화가 나오면서 여러 가지 해석들 보면 두 가지 의미의 침묵이겠죠.
하나는 영화 안에서 로드리고 신부가 끊임없이 하느님께 `제가 과연 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배교를 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앙을 지켜야 될 것인가` 하느님께 기도를 청하는데 끝까지 침묵하시는데요.
마지막에 조금 어떻게 보면 우리가 침묵안에서 하느님 말씀하신다고 해석을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소설의 거의 끝부분까지 하느님이 그 부분에 대해서 침묵을 하시는 것. 이게 하나의 침묵의 의미이겠고 또 다른 하나는 더 근원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런 고통 가운데 왜 하느님께서 아무 일을 하지 않으신다.
왜 그런 고통 가운데 사람들을 던져놓으시는가. 이런 의미에서의 침묵. 두 가지 의미로 우리가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래서 신부님께서 그런 말씀 해주셨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엄청난 전쟁들이 있었고 지금도 곳곳에서 지금 난민문제다, 그런 문제로 고통을 겪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왜 침묵하고 계신 것입니까?
▶ 글쎄 말이예요. 신학에서는 이른바 신정론이라고 얘기해서 사실 답은 어떻게 보면 만족할만한 답은 안 주어지는 것이 사실이죠.
누구나 다 고통앞에서는 고통을 신비화 시켜서는 안되겠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신학적인 대답이 처참함 앞에서는 말문을 잃게 되는 것이 사실인데요.
우리가 조심스럽게 성서나 혹은 많은 신앙인들의 투쟁들을 가만히 묵상을 해보면 하느님께서 어쩌면 침묵속에서 보이지 않게 말씀을 하시고 침묵 가운데서도 보이지 않게 역사를 이끌어 가신다는 그런 믿음이 있을때만 우리가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 신부님 얘기들으면서도 궁금증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테고. `아, 그렇구나` 마음에 감흥이 되는 부분도 있을텐데요.
요즘 젊은 청년들은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이 많고 경제난에 구인난에 요즘은 국정농단 사태까지 일어나서 이게 원망도 많이 들기도 하고 그러는데 기도를 하면서도 솔직히 침묵하는 하느님에게 원망도 많이 하는 그런 친구들도 있는데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 아무튼 이 소설안에 로드리고 신부의 투쟁이라는 것이 제가 보기에는 초점이 될 것 같은데요.
이 소설의 주제가 뭘까. 엔도 슈사쿠가 나중에 쓴 글에 보면 자기가 침묵이라는 제목을 얘기 했을때 나중에 조금 후회를 했다고 해요.
그 이유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서 다 하느님이 침묵하시고 우리가 무력하고 무기력하고 이런데에만 초점을 두고 사람들이 자꾸 얘기를 하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그 소설이 1960년대 중반에 나왔는데 그 때 일본에서 마지막 좌익운동이라든가 사회운동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피었다가 완전히 사그러지는 시대였거든요.
굉장히 체념하는 가운데 이 소설을 많이 읽었대요.
그래서 침묵에만 초점이 맞춰졌는데 사실 엔도 슈사쿠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침묵 속에서 하느님이 어떤 방식으로 말씀하시는가, 이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소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하느님께서 침묵 가운데 어찌보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아주 힘있게 어떤 권력으로 우리를 부르지는 않으시지만 끊임없이 우리에게 무엇인가 손길과 자비와 어떻게 보면 정말 기다려주시면서 우리를 이끌어 주시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가운데 로드리고 신부처럼 때로는 좌절하고 쓰러지고 혹은 우리가 잘못 길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투쟁하는 마음은 잃지 말아야 한다.
이게 작가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 의정부 교구 최대한 신부님과 영화 사일런스 그리고 소설 침묵에 관한 이야기 나눠봤는데 청취자 분들도 책도 한 번 사보시고, 개봉하면 영화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신부님도 영화보실 예정이죠?
▶ 네, 저도 사실 이 소설을 그 때 신학교 때 보고 한 3년 전쯤에 한 번 봤는데요. 영화 개봉하면 보고 소설도 한 번 더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