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 송재학

작성자 : 헬레나08    작성일시 : 작성일2016-09-02 08:50:13    조회 : 496회    댓글: 3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어
치자향이 수로를 따라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주네
결코 눈뜨지 마라
지금 한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숲은
나비떼 가득찬 옛날이 틀림없으니
나비 날개의 무늬 따라간다네
햇빛이 세운 기둥의 숫자만큼 미리 등불이 걸리네
눈뜨면 여느 나비와 다름이 없이
그는 소리 내지 않고도 운다네
그가 내 얼굴을 만질 때
나는 새순과 닮아서 그에게 발돋움하네
때로 뽀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댓글목록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누구의 무덤가에서~
홑치마 같은 풋잠이 들어
"그가 내 얼굴을 만지"는 꿈을 꾸는지...

하늘이 청명합니다.

작성자: 미리내님     작성일시:

그대의 홑치마에 기대어 풋잠에 들면
치자향기가 난다고 하네요.
나비떼 춤추는
그 행복한 꿈속에서 시인은 결코 눈뜨고 싶지 않다고 하네요
아 눈을 뜨고나면 ~~
그리움때문에 환각을 쫓다 그만 깨어난 것을
알게 되기에...
참 허망하다고 느끼겠지요
이 詩를 읽다보니
지난번 김민희 주연의 '아가씨' 영화가 생각나네요
전개가 무척 몽환적이였어요...

헬레나님!!
가을엔 날마다 행복하셔요^^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예에~미리내님!
 성묘의 계절이라.....저도 어머니의 무덤가에 누워 보고파서 위의 시를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