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할 때
나는 밥보다 못한 인간이 된다
밥 앞에서 보란듯 밀린다
정말 밥이나 한번 먹자고 만났을 때
우리는 무얼 먹을 것인가
숭고하고 진지하게 고민한다
정말 밥이나 먹으러 나온 사람들처럼
묵묵히 입속으로 밥을 밀어넣을 때
나는 자꾸 밥이 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밥을 혀 속에 숨기고 웃어 보이는 것인데
그건 죽어도 밥에게 밀리기 싫어서기 때문
우리 앞에 휴전선처럼 놓인 밥상을 치우면 어떨까
우연히 밥을 먹고 만난 우리는
먼산 바라기로 자꾸만 헛기침하고
왜 우리는 밥상이 가로놓여야 편안해지는가
너와 나 사이 더운 밥 냄새가 후광처럼
드리워져야 왜 비로서 입술이 열리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