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 문성해

작성자 : 헬레나08    작성일시 : 작성일2017-01-13 11:51:57    조회 : 478회    댓글: 5
서너 달이나 되어 전화한 내게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할 때
나는 밥보다 못한 인간이 된다
밥 앞에서 보란듯 밀린다
정말 밥이나 한번 먹자고 만났을 때
우리는 무얼 먹을 것인가
숭고하고 진지하게 고민한다
정말 밥이나 먹으러 나온 사람들처럼
묵묵히 입속으로 밥을 밀어넣을 때
나는 자꾸 밥이 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밥을 혀 속에 숨기고 웃어 보이는 것인데
그건 죽어도 밥에게 밀리기 싫어서기 때문
우리 앞에 휴전선처럼 놓인 밥상을 치우면 어떨까
우연히 밥을 먹고 만난 우리는
먼산 바라기로 자꾸만 헛기침하고
왜 우리는 밥상이 가로놓여야 편안해지는가
너와 나 사이 더운 밥 냄새가 후광처럼
드리워져야 왜 비로서 입술이 열리는가
(......)

댓글목록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오래전에 저와 동문수학 하던 문성해 시인이 지난해 12월 시집(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출간했습니다. 드물게 보는 좋은 시라서 옮겨보아요~*^

작성자: 지푸른댓글의 댓글     작성일시:

"언제 한번 밥"
이놈은 무상하기 이를데 없죠.
시쳇말로 명 짧으면 밥 한번 마주 못먹고 죽을수도 ㅎㅎ

작성자: 헬레나08댓글의 댓글     작성일시:

그쵸~
우린 왜 '밥을 앞에 두어야
입이 열'릴까요
그냥 연락없었던
서너달이 넘 길었고 쓸쓸했고 그리웠다고...너도 그랬을 거란 말을 해도 좋을 텐데~~~*^

작성자: 미리내님     작성일시: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것은 "영혼"을 나누는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 말에 동의합니다.
지난주에 엄마같은(21살 차이가 나니),큰언니같은 레지나 형님과 밥을 먹었답니다
일년에 두 번쯤 만나서 식사를 한답니다...
이사도 가시고 한동안 아프셔서 못 만났는데요...
헤어지면서 형님의 등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다시 만나서 따스한밥 또,먹을 수 있을까?" 라는...
밥을 먹은 횟수 만큼 영혼이 깊어진 우리 사이랍니다

*헬레나님!!
설 떡국 맛있게 드셨나요?
봄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늘은 진눈깨비가 오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요^^

작성자: 헬레나08댓글의 댓글     작성일시:

예에~
미리내님!
덕분에 명절 잘 지냈습니다~~
주님 안에서 성모님과 함께
기쁜 나날 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