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식과 역사의식 연결 안 되면 발전 없어"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박해순 작가, 천안 나녹북카페서 북토크

[굿모닝충청 천안=노준희 기자]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한일 관계 전문 역사학자 박해순 작가의 북토크가 지난 24일 충남 천안시 청수동 나녹북카페(대표 형난옥)에서 열렸다.
북토크는 ‘역사, 중심은 나다’의 저자인 이 전 위원장과 ‘1894 일본조선침략’의 저자 박 작가가 서로 묻고 답하며 가려진 역사의 진실을 찾아가기 위한 대담 형태로 진행됐다.
대담의 주요 소재가 된 책은 박 작가가 쓴 ‘1894 일본조선침략’이다. 박 작가가 일본에만 있던 자료를 발굴·확인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며, 1894년 일본의 조선침략의 배경에 관해 상세히 담은 책이다.
이 전 위원장은 조선왕조실록을 통째로 번역하게 하고 전산서비스를 하게 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헌한 우리나라 대표 역사학자다.
이 전 위원장은 먼저 “역사 인식과 역사의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서론을 열었다. 그러면서 “역사 인식은 역사가 일어난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무슨 교훈을 받을 수 있고 역사에 어떤 의미를 남겼냐, 발전이 일어났겠냐가 역사의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자유가 확대되면서 사회적으로는 얼마나 평등하게 가느냐가 발전을 정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 나는 역사를 그런 식으로 이해해 왔다”며 “이것을 어떻게 조화시켜 가느냐 하는 것이 역시 역사 발전의 요체가 될 수 있다”고 요약했다.
뉴라이트에 관해서는 “식민주의 사관은 한마디로 일제가 한국 침략과 한국 지배를 역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역사관”이라고 정의했다.
박 작가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다수 저서를 집필한 한일 관계 전문 역사학자다. 그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기록되지 않은 사건은 역사로 취급받지 못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건 자체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기록된 역사만 역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진왜란 후 가장 큰 일본침략이 1894년에 있었다. 8000명의 혼성여단을 보내 서울을 점거하고 경복궁을 침략한, 1905년 통감부 설치에 버금가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걸 알지 못하면 동학을 이해하기 어렵다. 1894년 두 번의 봉기가 일어났으나 성격이 다르다. 2차 봉기는 항일투쟁이었다. 혁명이 성공했다면 우리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역사 기록과 교과서 등에서 1894년에 대한 부분은 많은 수정이 필요하고 이때 일본 침략전쟁 내용이 반드시 수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위원장은 “그 사건이 우리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걸 통해서 그 뒤에 깔린 물이 새롭게 일어나고 자기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결국 간접적으로는 독립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정신 그대로 3.1운동의 정수가 되고 4.19 그다음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1987년으로 이어져 확대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후 두 저자는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했다. 현 정부의 독도 대응 문제를 짚는 질문에는 이 전 위원장이 “국방부 지도에 독도가 빠져 있다. 이걸 국방부가 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라며 “윤석열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내각이 물러나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동학농민혁명에 관해서는 여러 질문과 답이 오갔다. 이날 북토크는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2시간의 열띤 대담과 문답을 걸쳐 마무리됐다.
형난옥 나녹북카페 대표는 “1894 일본조선침략이라는 책을 통해 1905년보다 10년 전부터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를 해온 일본이었는지 알게 됐다. 또 그 일을 수행한 선을 넘는 조선 간첩들을 통해서 그 인물들이 누구인지 철저하게 알게 돼 우리의 사명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두 분을 모셨다”며 북토크 개최의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