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무시무시한 일제 강점기때, 참담한 민족의 현실이 괴로워 몸부림치던 시인이 순교라도 결의 하듯 위의 시를 썼다고도 합니다. 순결한 영혼을 가진 시인은 이 '십자가'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닮겠다는 마음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 된다면 하늘 밑의 어두워가는" 시대 앞에 "모가지를 드리우고" 조용히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꽃처럼 피어날 청춘의 피를 흘리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슬픔으로 빛나는 '십자가'를 우리가 한 번 더 읽으면서 마음의 떨림을 경험하는 것 외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