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훌훌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 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