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2015. 10. 25발행 [13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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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 회장과 가진 것을 버리고 소비를 최소화하는 수도회 신부가 만났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 최고 경영자를 지낸 요헨 차이츠 회장과 세계적 영성가로 손꼽히는 성 베네딕도회 안셀름 그륀 신부다. 이들은 2008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한 공개 토론회에서 만나 여러 질문을 주고받았다.
경제 안에서 이상적 가치가 성취될 가능성 있는가? 수도자에겐 얼마나 많은 경영인의 자질이 내재돼 있을까? 경영인이 얼마만큼 남들을 배려하며 일할 수 있을까? 돈과 이윤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두 사람은 토론회 이후에도 만남을 이어갔다.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그륀 신부는 어떤 면에선 차이츠 회장과 다를 바 없는 ‘경영인’이었기에 두 사람은 잘 통했다. 게다가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를 개선하며 세상에 꾸준하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이 맞았다.
요헨 차이츠의 지속 가능한 경영
차이츠 회장은 회사 운영에 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만 살피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가능성과 정책을 고려했다. 특히 어떤 경제적 결정을 내릴 때는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 문제를 생각했다. 상품 포장과 판매 혁신적 방법을 도입해 상자를 만들 때 드는 종이량을 65%까지 절감한 노력이 그 결과 중 하나다. 모든 포장 재료는 100% 재생 가능한 원자재로 생산하고 있다.
차이츠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 내 한 부서의 일이나 제안으로 머물거나 전시 행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본질적 요소여야 한다”고 했다.
안셀름 그륀의 지속 가능한 경영
30년 넘게 수도원 재정을 맡아온 그륀 신부는 직원 300여 명을 관리하고 수도원이 소유한 20여 개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철저하게 세속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영적 과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륀 신부가 속한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이용해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매달 한 번씩 여는 건축 공사 회의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토론한다. 전등 하나를 바꿀 때도 환경과 미래 세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민한다. 그륀 신부는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 절제된 성장이 중요하다”면서 “주위 환경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만 우리는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미래 경영 제시
두 사람은 이처럼 지속 가능한 경영의 경험을 공유했다. 새로운 관점을 배우기 위해 차이츠 회장은 수도원에서 생활했고, 그륀 신부는 푸마 경영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복지, 문화, 가치, 윤리, 책임, 의식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의 논의는 결국 ‘지속 가능성’으로 집중됐다.
“우리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우선한 세상, 일부보다는 전체를 기준으로 삼는 세상, 쉽게 바꿔 버릴 수 있는 단편적인 것보다는 점점 발전하며 지속적인 보존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23쪽).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