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작성자 : 헬레나08    작성일시 : 작성일2015-09-08 14:27:50    조회 : 497회    댓글: 5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 가겠다

댓글목록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시화 바오로성당 주임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읽어 주신 詩입니다.
시인 허수경도 '슬픔만한 거름이 또 어디 있으랴'고 하며 슬픔의 힘에 대해 말 했죠.

작성자: 미리내님     작성일시:

정호승 시인의 젊은 날!!!
자기 독백의 詩가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 모두의 詩가 되기도 한...
헬레나님!!!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그러게요~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네요~~
저도 먼 곳에서 온 친구와 이른 가을여행 다녀왔습니다~~~

작성자: 매덩이님     작성일시:

몇해전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선물받고 한동안 푸욱 빠져 있었습니다.
이 가을에 다시 집어들으려 하는데 여기서 읽습니다.

작성자: moon님     작성일시:

글이 소중해서 좋은 친구에게 보내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