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이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나
이 시는 긍정적이거나 행복한 언어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참으로 도발적이고 난폭한 직유들입니다.
한쪽다리가 마비된 채 절뚝거리며 바다를 찾아가는 강물...
기어이 저를 바닷물에 섞어 자기를 없애야 충만한 죽음을 맞는다는...
그런데 어느날
최승자 시인이 이렇게 말했어요!!!
최승자 - 내 詩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
내 詩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내 詩 밭은 황폐했었다
너무 짙은 어둠, 너무 굳어버린 어둠
이젠 좀 느리고 하늘거리는
포오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
그러나 이사 갈 집이
어떤 집일런지 나도 잘 모른다
너무 시장 거리도 아니고
너무 산기슭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예는, 다른, 다른, 다, 다른,
꽃밭이 아닌 어떤 풀밭으로
이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