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 행복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10-08 19:50:21    조회 : 492회    댓글: 5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희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댓글목록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유치환 시인이 연인 이영도 시인에게 쓴 수 백통의 편지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이 가을 날 다시 한번 읽어야겠어요~

작성자: 미리내님     작성일시:

20년동안 5000 통을 주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전,
자꾸 씁쓸한 기분이 들어요
헬레나님!!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요?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예에~그렇죠 씁쓸한 부분이 있죠.
그런데 저는 詩의 편이고 싶고,
성숙한 사랑의 편이고 싶어요.
사람의 지옥은 詩와 사랑의 천국이라고도 하던데요?!

작성자: 미리내님     작성일시:

한 시절!!
저도 헬레나님 같은 생각을 하였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그런가요?
詩 읽기가 그렇게 즐겁지 않답니다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시 쓰기와 시 읽기는 자기 삶을 살아내고,
자기 죽음을 죽으려는 의지 라고 하네요.
달리 말해 '살다' '죽다'라는 자동사를
타동사로 바꾸려는 의지라는데......
이미 알아버린 詩에게서 어떻게 떠나겠어요.
이성복 어투를 빌리면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