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08-17 10:51:03    조회 : 867회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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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병에 꽃아다오.

	 	

댓글목록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그리하여 어느날' 팔과 다리가 꺾이고,
팔과 다리가 꺾이었으니 사랑에게 갈 수도 없고....

먼 발치에서라도 한 번 뵙고 싶은 시인입니다.

작성자: 미리내님     작성일시: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병에 꽃아다오.> 는 반어적 기법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 상실감에서 괴로워 하겠지요
허나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그럼 훗날엔 아름다운
젊은날의 추억(네 꽃병에 꽂아다오)중 하나로 남을거라는^^
( 단 해석은 독자의 몫이기에 강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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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실험시를 최초로 쓴 시인입니다
보들레르와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요~
시의 미학을 독자들에게 알려주신 고마운 분!!
젊은날 시 쓰기는 슬픔이였다고 말하는 시인은
그래서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지금은 카톨릭의 도움으로 ** 의료원에서 지내면서
詩를 쓰고 있는데 요즈음 詩는 편안한 詩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십니다^^

작성자: 헬레나08댓글의 댓글     작성일시:

시인도 시도 이제 그만  아팠으면 하고 바랬는데...
정말 잘 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