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 맨발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08-03 18:18:38    조회 : 402회    댓글: 0

문태준 - 맨발


어물전 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서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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