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인생의 불꽃을 피우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2-02-04 18:42:19    조회 : 275회    댓글: 0

# 이희근 '보기에 참 좋다'

망구의 길에 접어든 작가 삶의 원숙미 표현
앙스트블뤼레 통해 늙어있는 현 상황 대변

이희근의 여섯 번째 수필집 ‘보기에 참 좋다’가 발간됐다.

아흔을 바라보는 망구의 길에 접어든 저자의 이번 수필집은 그동안 살면서 느꼈던 여러 회환과 삶에 대한 애정, 원숙미 등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나이들어감에 대한 이런 표현을 한다.

세월이 60대에는 시속 60km로 달리는 것 같더니, 70대가 되니 70km로 달린다는 것이다.

세월의 빠름을 한탄하는 소리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신체의 민첩성이 떨어져 매사에 무기력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으레 표현하는 아쉬움이다.

이제 망구가 되니 더 황당함을 느낀다.

주위에서 사라져가는 친구들의 부음을 들으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신하며 천천히 걷는다.

그런데도 눈앞에 종착역이 훤히 보이는 것 같다.

발길을 돌리며 외면하려고 노력해도 소용없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조금 힘을 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만 더할 뿐, 발걸음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내구연한을 채우며 뚜벅뚜벅 종착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그럴 줄 알았다고 후회한 사람의 묘비명이 떠올라 다른 출구전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걷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쉽게 알아보지 못한다.

그걸 보고 뒤에서는 늙은이인지 젊은이인지 알아볼 수 없을 거라 자위하며 팔을 열심히 휘두르며 걷는다.

하지만 저 만큼 뒤에서 따라오던 이가 앞지르고 멀어져가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노인임을 발견한다.

그대로 노력하는 자에게 길이 있는 법이라고 자위하면서 딴에는 뒤처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걷는다.

저자는 앙스트 블뤼테의 말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대변한다.

불안이라는 뜻의 앙스트와 개화라는 뜻의 블뤼테의 합성어로, 대나무처럼 극한 환경에 처한 식물이 최후의 순간까지도 무기력하게 물러서지 않고 사력을 다해 마지막으로 꽃을 피움을 뜻하는 생물학적 용어다.

저자는 앙스트 블뤼레를 통해 이 나이에 그런 흔적을 남기고 싶은 뜻을 표현하다.

비록 이것이 노망한 망구의 과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저자는 “망구의 버킷 리스트라고 폄하해도 상관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 인생을 불사르는 작품 하나쯤 갖기를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며 “지극히 높은 분들의 말씀을 흉내 낼 수는 없지만 깜냥에 보기에 참 좋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바라면서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쓴 글을 모아 수필집을 상재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필집은 제1부 빨간 눈썹, 제2부 이심전심, 제3부 비밀번호 유감, 제4부 발견의 기쁨, 제5부 장롱 속의 정장 등으로 구성됐다.

정읍 출신으로 전주고와 전북대 및 전북대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부안교육청, 전북교육청 장학사, 운봉중, 전주고 교감 등을 역임하고 동계중고와 한별고에서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계간 ‘문학사랑’에서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고, 전주문인회, 전북수필, 영호남수필문학, 가톨릭전북문우회, 전북문인회, 문학사랑협의회 교원문학회, 한국문인회 등에서 활동했다.

원종린수필문학상 작품상, 전주문학상 문맥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산에 올라가봐야’, ‘사랑의 유통기한’, ‘아름다운 만남’, ‘울력꾼’, ‘하얀 바지’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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