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마태오 린, 쉴라 린, 데니스 린
쉴라, 데니스, 마태오(Dennis Linn·Sheila Fabricant Linn·Matthew Linn, S.J.)는 팀으로 함께 일한다. 그들은 신체와 정서와 영성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원목 담당자로, 치료사로, 최근에는 피정 지도자와 영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40여 개 나라에서 그리고 여러 대학에서 치유에 관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의학 협회의 인정을 받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 「내 삶을 변화시키는 치유의 8단계」(생활성서사, 2003), 「성찰」(성바오로, 2016), 「너무 빨리 용서하지 마라」(성바오로, 2016), 「치유와 회복의 끈 소속감」(성바오로, 2016), 「기억의 치유」(성바오로, 2016) 등이 있다.
옮긴이: 김인호
대전교구 사제(2003년 수품)로 이탈리아 로마의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전 삼성동 본당 주임 신부를 거쳐 현재 대전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있다. 서울대교구 영성 심리 상담 교육원, 문화 영성 대학원, 대전 가톨릭대학교 부설 혼인과 가정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를 연재했고(2014년), 2015년 현재 평화방송 라디오 · TV 상담 프로그램(따뜻한 동행)에 출연하고 있다.
옮긴이: 장미희
충남대학교 영어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East London에서 상담 및 심리 치료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전 성모여자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영국 Institute of St. Anselm에서 Integrative Spiritual Counselling 상담사 및 상담 슈퍼바이저 자격을 획득하고, 동 기관에서 개인 및 집단 상담사, 상담 슈퍼바이저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교구 영성 심리 상담 교육원에서 가톨릭 상담 봉사자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상담을 하고 있다.
나눔의 글
심리학 용어 MBTI가 요즘 유행어처럼 세간에 뜨고 있습니다. 심리학만큼 공부하기 재미있는 학문이 또 있을까요? 자기 마음을 관찰하며 들여다보는 이 책에서 다루려는 주제 ‘용서’는 우리 각자 생긴 것만큼 마음의 모습도 다르기에 ‘용서’의 범위는 일반화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아주 사사로운 일이 ‘너’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일 수 있기 때문이며, 살아온 이력에 새겨진 기억들에 따라 건드려진 것 또한 여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필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용서의 5단계에 대한 깊은 내적 움직임을 들려줌으로써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용서’에 보다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너무 빠른 용서는 진정한 용서일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받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섯 단계를 모두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청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본질적 ‘진실성’을 회복하게 되고 따라서 용서의 창의적인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찾게 될 것입니다.
서문
보통 우리는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도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는데도 여전히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용서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용서의 5단계 과정을 통하여 상처에 대하여 좀 더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용서의 5단계는 우리가 두 손을 내밀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손은 상처를 준 사람이 더 이상 그런 행동을 못하도록, 다른 한 손은 그 사람을 진정시키고 그에게 새로운 삶을 제시하도록 사용한다.
어느 책이나 용서가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기본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용서의 5단계는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그 은총을 간구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일 뿐이다. 이 책은 용서에 대한 예수님의 메시지가 어떻게 왜곡되었고,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용서를 어려워하는지를 알고자 하는 시도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종교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포함해, 가능한 많은 독자와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1부
건강한 용서의 단계
1. 속옷도
내주어라
이 책은 용서에 대한 책이다. 인간이 깊이 원하는 것은 지속적인 오랜 관계 안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며, 용서는 이 갈망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용서해야 한다는 말은 반갑지 않다. 또한 그렇게 느끼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예수님은 우리가
한 대 더 맞기를 원하실까?
아마도 성경에서 가장 인기 없는 말씀 중 하나는 용서에 대한 전형적 가르침을 담고 있는 마태오 복음 5,38-42일 것이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여기서 예수님은 용서가 우리로 하여금 한쪽 뺨뿐 아니라 나머지 뺨도 마저 내어놓는 것이고, 외투뿐 아니라 속옷까지 가져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오랜 세월 우리는 이 말씀을 원망해 왔다. 그래서 이 말씀에 순종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밟고 지나갈 수 있는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는 확실한 길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언젠가 멕시코 화폐 페소의 평가 절하 직후 500명의 청중 앞에서 마태오 복음 5,38-42을 읽자, 한 여자가 소리쳤다. “나는 그 말씀이 정말 싫습니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청중 모두 똑같은 말을 외쳤다. 몇 달 전에는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마태오 복음 5,38-42을 읽어 주었다. 그들 역시 “우리는 그 말씀이 정말 싫습니다. 교도관들이 우리를 못살게 굴 때조차 우리에게 그런 행동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 우리는 성서학자 윌터 윙크 박사의 도움으로 멕시코 사람들과 수감자들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윌터 박사는 자신의 수상 저서인 「Engaging the Powers」에서 예수님의 말씀이 어쩌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해 왔던 것과는 반대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였다. 마태오 복음 5,38-42에서 예수님은 수동적이고 자기 학대적인 태도와는 사뭇 다른 용서의 방식을 소개하신다. 즉 예수님은 능동적으로 악에 저항하고,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도 자신의 존엄성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용서의 방식으로 우리를 초대하신다. 다음은 위의 성경 말씀에 대한 윌터 박사의 설명이다.
왼뺨도
내주어라
처음의 두 문장은 잠시 한쪽으로 놓고 마태오 복음 5,38-42 중 39ㄴ 절의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어라.”부터 살펴보자. 예수님이 구체적으로 오른뺨이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고대 팔레스타인의 힘없는 노예이고 주인이 막 내 얼굴을 때리려고 한다고 상상해보자. 왼손은 더러운 일을 처리할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때리려면 오른손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오른뺨을 때리려면 손등을 이용해야 한다. 오른손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때리려면 팔을 비틀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살던 문화권에서 누군가를 손등으로 때린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뜻이 있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더 큰 권위를 가진 사람이 권위가 없는 사람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주인은 노예에게, 로마인은 유다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 행위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네 위치는 내 아래임을 기억하라!’였다.
성경 말씀에 따라 우리가 나머지 왼뺨을 내준다면 계속해서 오른손을 사용해야 하는 주인은 더 이상 손등으로 때릴 수 없다. 주인이 다시 때리려면 주먹(또는 손바닥)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주먹(또는 손바닥)으로 상대방을 때리는 것은 동등한 사람들 사이에만 허용되는 행위이었다.
그러므로 왼뺨을 내준다는 것은 곧 존엄성을 회복하는 일이자, 굴욕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주인이 믿고 있는 오류, 즉 한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낫다는 오류를 성찰함으로써 그 자신의 참된 존엄성을 회복하도록 초대한다. 이렇게 상대방과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