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는 세상 것들이 가득하여
구르는 홍방울새 소리 못 듣겠네
아하, 못 듣겠네 자지러지는 저
홍방울새 소리 나는 못 듣겠네
귀에는 흐리고 흐린 날 개가 짖고
그가 가면서 팔로 노를 저어도
내 그를 부르지 못하네 내 그를
붙잡지 못하네 아하, 자지러지는 저
홍방울새 소리 나는 더 못듣겠네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강이 하늘로 흐를 때,
명절 떡살에 햇살이 부서질 때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흐르는 안개가 아마포처럼 몸에 감길 때,
삶이 가엾다면 우린 거기
묶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