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쯤
당신께 바치는 나의 기도가
그리 놀랍고 새로운 것이 아님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
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
...
여전히 참을성 없이
행동했고 절제없이 살았음을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
...
이 사십일 만이라도
나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게 하소서
...
재의 수요일 아침,
사제가 얹어 준
이마 위의 재처럼
차디찬 일상의 회색빛
근심을 이고 사는 나
참사랑에 눈뜨는 법을
죽어서야 사는 법을
십자가 앞에 배우며
진리를 새롭히게 하소서
맑은 성수를 찍어
십자를 긋는 내 가슴에
은빛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이 싱싱한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