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선교 사제들을 만나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때 중국으로 파견되어 선교하다 순교한 ‘한국 천주교회의 첫 번째 해외 선교사’인 김선영 요셉,임복만 바오로, 양세환 비오 신부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10년 동안 중국 둥베이(東北三省), 즉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전역과 베이징 구석구석을 누비며 발로 쓴 선교 답사기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중국 공산당은 모든 종교를 철저하게 국가의 감독과 감시 아래 두어, 중화인민공화국 내의 모든 종교는 공산당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포교 활동을 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의 모든 신앙 행위도 공산당 정부가 승인한 중국 천주교 애국회 소속 성당에서만 행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의 지시에 불응하는 성직자들은 체포되어 장기간 감금당하거나 고문과 순교 등의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외국인 선교사들에게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자들이 보낸 스파이’라는 혐의까지 씌웠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세 사제는 자신들에게 맡겨진 양 떼를 버리고 떠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로 그곳에 머물렀고, 모두 감옥에 갇혀 모진 고생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선교 사제들이 신앙의 씨앗을 어떻게 뿌렸고 그 씨앗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여러 사람의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신자들을 끝까지 돌보려던 세 신부! 이들이 당한 고초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벽 양쪽에 못이 박혀 있어 돌아눕지도 못하고 기어서 간신히 대소변을 보는 정도의 감방에 갇히기도 했다. 옥살이에 이어 하게 된 강제 노동 중에도 이분들은 공산당 정부의 눈치를 봐 가며 틈틈이 교우들을 돌보는 사목 활동을 하였는데, 이때 역시 인간의 생존에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의식주 중 어느 것 하나도 갖출 수 없었다. 머물 곳도, 적절한 옷가지도 없이 날마다 굶주린 삶이었다. 사람들이 임 신부를 마구 때리고, 고꾸라지면 다시 일으켜 세워 또 때리고 옷을 벗겨 혁대로 내리쳤지만, 임 신부는 마치 어린양처럼 묵묵히 맞기만 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토록 많은 고초를 겪고 돌아가신 분들, 자신에게 맡겨진 양 떼를 버리고 떠날 수 없었다는 이분들을 ‘현대의 순교자’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