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속의 정점에 있는 현직교수가 자신의 작품만이 구원이라 생각하며
숨어서 사는 예술가들을 찾아다니며 쓴 기행문입니다. 겉치레적인 전시공간을 관객에게 연결하던 그의 산문이죠.
이태 전 대형서점에서 이 책 표지를 보고 잠시 감전 된 듯 했습니다. 표지 그림은
커다란 얼굴에 수없이 그어진 선들이 아픔에 응답하듯 빛이 되어 번졌습니다.
미술에 대한 공부가 없어 종이의 단면 위에 겹쳐지고 긁힌 언어를 섬세하게 읽을 수는 없지만
제 시선을 단박에 끌어당긴 이 책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옆에 두고 틈만나면 봅니다.
정확히는 표지 그림을 보는 것이죠. 누군가가 왜 그토록 그 그림에 끌렸는가 묻는다면
막연히 겹침과 긁힘, 얇은 종이가 받아내야 하는 아픔이라고만 답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구원인 작품을 위해 심플한 삶을 살아가는 박정애 작가
세상의 숨막히는 템포가 버거워 자신의 그림안으로 침잠한다는 그이의
작품은 나도 모르는 내안의 무언가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과장되거나 습관적 언어가 아닌 담담하고 솔직한 그녀의 작품들은
대상을 얼마나 독창적으로 바꾸어 놓았는지, 또 얼마나 혼자서 깊이
묵상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이 시대에 숨어사는 예술가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대에 요란한 많은 것들, 이 도시의 너무 사나운 옳음의 홍수속에서
예술가 그들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를 숨쉬게 합니다. 순수한 형상의 결정체를 위해
순하게 묵묵히 견디며 창작하는 그들이야말로 세상의 생명이며 숨결일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순수한 형상의 결정체를 위해 순하게 묵묵히 견디며 영혼에 응답하듯,
우리도 그분 사랑만을 위해 그분을 따르는 영성생활이 되도록 성령께 청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