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글] 시인은 시만 생각하는 사람 / 이문재

작성자 : 다다    작성일시 : 작성일2014-02-05 08:19:31    조회 : 550회    댓글: 1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죄인입니까?" 스승이 말했다. "늘 죄만 생각하는 사람이 죄인이다." 죄를 지었더라도 그 죄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죄인이 아니라는 파격적 견해다. 바꾸어 말하면 죄를 짓지 않았다 해도 죄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 역시 죄인이라는 일갈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생각의 위력을 깨우쳐 주고 싶었으리라. 한 생각 바꾸면 내가 달라지고 세상이 변화한다. 문제는 늘 내 안의 한 생각이다! 인도의 라마리슈나의 말이다. 어느 책에서 저 구절을 접한 뒤, 어쩌다 시창작 특강을 할 때, 시인이란 늘 시 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말문을 열곤 했다.
 
 하지만 말이 쉽지, 항상 시만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다. 시인은 시를 쓸 때만, 시를 구상할 때만 시인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이 무한 경쟁 시대에 시에 대한 생각은 돈 생각이 압도해 버릴 때가 많다. 그러나 불가능 하다고 시 생각 하기를 포기한다면, 그는 더 이상 시인이 아니다. 시를 생각 한다는 것은 생명 있는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 하는 것이다. 온 몸과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살아내고, 우주와 호흡하는 상태, 몸과 마음의 경계인 감각을 렌즈로 삼아, 생명 있는 것들의 맥락과 징후를 새롭게 읽어내는 열외의 존재가 바로 시인이다.
 
 늘 시만 생각하기 위해서는 수도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극한 인위가 필요하다. 언제인가,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를 찾아가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국내에도 열성 팬이 많은 작가인데, 탐미적이면서도 강인한 문학 세계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가 엄격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오직 원고료 만으로 살고 있는 순문학의 대표주자 겐지는 문학을 위해 자식은 물론 세속적 삶의 조건들을 거의 다 포기했다. 하루 일과도 규칙적이다.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체력을 관리한다. 체중이 늘고, 머리가 둔해지기 때문에 저녁은 먹지 않는다. 술과 담배도 하지 않고, 문단과 중앙언론과도 끓고 산다.
 
 마르야마 겐지는 늘 삭발을 하고 있다. 왜냐고 물으니 "쉰살 아침에 문득 거울을 보니, 문학에 대한 각오가 느슨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날로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매일 거울을 보고 머리를 밀며 문학에 대한 생각을 다잡는다."고 답했다. 겐지야말로 늘 소설만 생각하는 진정한 소설가다.
 
 겐지는 소설은 몸으로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몸이 곧 펜이다. 그는 예순이 지난 나이에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의 빼어난 문장과 상상력은 바로 저 깨끗한 몸에서 나왔다. 우리 문학하는 사람은 몸의 상태도 정해야 한다. 우주 앞에서 당당한 자유인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삶의 모양이 정하고 순해야 한다. 순정한 몸과 마음이 인간과 우주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댓글목록

작성자: sunny님     작성일시:

정보의 홍수와 무한경쟁의 세속에서 모든것을 끊고 내면의 진리의 열망에 침잠한다는것이 인위적인인고와 단련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