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박재찬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사제. 1991년 입회하여 2001년 사제로 서품되었다. 수도원 청・지원 책임자와 성소 담당자 및 한국 남자 수도회 장상 협의회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2010년부터 9년간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영성신학, 특히 토마스 머튼에 대해 공부했다. 논문, Thomas Merton’s Encounter with Buddhism and Beyond: His Interreligious Dialogue, Inter-Monastic Exchanges and Their Legacy는 2019년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에서 수여하는 ‘토마스 머튼 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예수님의 가정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가』, 『부부 둘이 하나, 정말 가능한가』, Becoming Love 등이 있다. 현재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과 강의를 통해 토마스 머튼 영성을 나누고 있다. 또한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DIMMID)에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한국 위원회의 책임을 맡고 있으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 위원회 위원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나눔의 글
지은이 박재찬 안셀모 신부님은 평화방송 ‘현대 영성가 토마스 머튼과의 만남 ㅡ 박재찬 신부 해설’ 강의로 우리에게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쉬운 듯 조금은 어려운 머튼의 사상을 쉽게 풀어서 해설하시는 안셀모 신부님의 차분하신 강의는 마치 토마스 머튼의 「고독 속의 명상」을 읽을 때처럼 강의를 보는 내내 마음이 평온합니다. 박재찬 안셀모 신부님의 「토머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은 ‘2019년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 선정 최우수 도서’로서 요약이 쉽지는 않았지만, 핵심 내용만을 나눔의 글에 올려봅니다.
(※ 7월 영적 도서는 ‘에파타 영적독서’ 회원이신 유성수 아델라님의 추천 도서입니다.)
머리말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1915-1968)은 미국 캔터키주 겟세마니 수도원의 트라피스트 수도승이었으며 유명한 가톨릭 작가이자 신비가였다. 1968년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아시아와 서구 수도승 간의 첫 번째 회의에서 그는 비공식적으로 그러나 확신에 찬 선언을 했는데, 이 선언을 통해 그의 사상과 영성, 종교 간 대화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 가고자 한다. 당시 머튼 자신을 포함하여 아무도 그 회의가 그의 마지막 회의가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뜻밖의 죽음 바로 전날 밤, 머튼은 존 모피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禪과 그리스도교가 미래다.”
확신에 찬 이 선언은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아시아 순례에서 티베트 불교에 깊이 감동했음에도 그리스도교의 관상 수도승이 禪에 대해 언급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선과 그리스도교 사이의 관계 안에서 그는 무엇을 본 것일까? (선과 그리스도교만 언급했다면) 그가 다른 종교들은 무시한 것일까? 선과 그리스도교를 통해 그가 고대하던 ‘미래’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모피트는 머튼의 선언을 이렇게 해석한다. “머튼이 禪을 언급할 때 그가 말하는 선은 일반적 의미의 종교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기술을 말한다. 그래서 선은 그리스도교 안에 ‘포함된’ 것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선禪을 선불교와 비교할 때 머튼은 선을 ‘내면적 테크닉’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문화를 초월하고, 종교를 초월하며, 어떠한 형태를 초월하는 의식”으로 간주했다. 그가 선의 관점을 통해 발견한 세계의 위대한 종교들의 공통된 영적 요소들은 관상적 체험 혹은 깨어남의 체험을 통한 “인간 의식의 변형”과 “영적 해방”이었다. ‘불교 · 그리스도교 대화’와 ‘수도승 간 대화’에서 드러나는 그의 선구적 업적과 그 자신의 수도 생활의 중심 주제가 바로 ‘관상觀想’이었음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음의 가설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선禪의 관점을 통해, 머튼은 인간 의식의 변형과 영적 깨어남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다른 종교 전통의 수도승들 혹은 관상가들 사이의 ‘관상적 대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보았다. “선禪과 그리스도교가 미래다”라는 주장에서 ‘미래’에 관련하여, 그는 이 관상적 대화를 통해 수도승들이 ‘수도승 간 친교’와 ‘영적 가족’의 형성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점점 더 물질화되고 갈라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인류의 근본적 일치를 위한 증인들이 되기를 희망했다.
아시아인 베네딕토회 수도승으로서, 나는 2015년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 주관으로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개최된 ‘머튼 탄생 백 주년 학회’에 참석하여 머튼의 관상적 대화에 대해 발표했고, 2015년 ‘네 번째 겟세마니 만남’에서 불교의 십우도十牛圖에 대해 발표했다. 그리고 2016년과 2017년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DIMMID)’산하의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유럽위원회(DIM)’에 참석했다. 이러한 학회와 모임에 참석하면서, 머튼의 유산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아시아에서 개발될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확신을 아시아의 고유한 상황에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토마스 머튼의 ‘불교 · 그리스도교 대화’와 ‘수도승 종교 간 대화’의 선구적 역할과 업적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다음의 다섯 가지 주제가 다루어진다.
1) 관상 체험을 통한 머튼의 자기변형 과정에 대한 연구
2) ‘선과 티베트 불자들과의 대화’와 ‘불교 · 그리스도교 대화’에서 머튼의 선구적 역할과 참 여에 대한 연구
3) 머튼의 불교 이해를 비평하는 학자들에 대한 응답
4) 관상적 대화 차원에서 불자들과 이루어진 수도승 간 교류 연구
5) 지속적인 겟세마니 모임들과 수도승 간 교류 프로그램들에 대한 연구와, 아시아 수도 생활의 고유한 맥락에서 ‘종교 내 대화’에 관한 연구
이 책은 머튼의 관상적 영성에 영향을 끼친 불교의 이론과 수행에 대해, 그리고 수도승 간 대화와 종교 간 대화에 영향을 끼친 머튼의 유산들에 대해 뚜렷하고 면밀하게 분석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나는 관상적 대화와 수도승들 간의 교류가 머튼의 삶과 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러한 교류가 머튼이 ‘영적 대화’를 개발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갈 것이다. 그 구체적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1) 그리스도교 수도승인 머튼이 어떤 동기로 불교를 택하게 되었는가?
2) 자기 초월의 여정 안에서 머튼은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관상 체험과 종교 간 대화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통합했는가?
3) 불교의 비이원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