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 성당 2020. 12월 영적 도서:「침묵 속에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 트라피스트 수도생활(분도 소책 60)

작성자 : 글라라    작성일시 : 작성일2020-12-29 15:36:56    조회 : 269회    댓글: 0

지은이 : 토마스 머튼

1915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스물넷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컬럼비아 대학 문학박사로서  화려한 작가 생활을 했으나 스물여섯에 켄터키주 겟세마니 트라피스트 봉쇄 수도원에 들어가 1968년 태국 방콕에서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칠 때까지 수사 영성 작가 사회정의의 수호자로 살았다. 1948년 자전적 일기칠층산을 시작으로 70여 권의 책을 출간하여 20세기 가톨릭 영성 작가로 자리 잡았으며, 1963년 종교와 관상 기도 연구에 대한 기여로 평화상을 비롯하여 여러 상을 받았다.
침묵과 고독과 자연 속에서 기도하고 명상하며 관상하고 하느님께 나아간 토머스 머튼의 작품은 30여 개 나라에서 번역되었다. 국내에도 칠층산,가장 완전한 기도,명상이란 무엇인가,구원의 빛,침묵 속에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마음의 기도,양심, 자유 그리고 침묵,고독 속의 명상,선과 맹금,침묵 속의 만남,신비주의와 선의 대가들,새 명상의 씨,영적 지도와 묵상,묵상의 능력,삶과 거룩함,평화론을 비롯한 다수의 서적이 소개된  바 있다.

 

옮긴이 : 오무수(트라피스트 수도자)

 

트라피스트 수도회 : 엄률 시토회(라틴어: Ordo Cisterciensis Strictioris Observantiae, O.C.S.O.) 또는 트라피스트 수도회는 성 베네딕토의 규율을 따르는 가톨릭교회의 관상 수도회이다. 트라피스트회는 시토회의 분파이다트레 폰타네 수도원의 트라피스트회  수사들은 특별히 새로 임명되는 관구장 주교들의 팔리움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양털을 제공하는 양들을 사육한다. 교황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날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새로 임명된 관구장 대주교들에게 팔리움을 걸쳐준다. 트라피스트회에서 사육하는 양들은 매년 121일 성녀 아녜스 축일날마다 교황의 축복을 받는다.

우리나라에는 1987년 일본인 줄리아나 수녀(?~1989)에 의해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리에 진출하여, 현재 종신서원자 열 명을 포함하여 총 서른두 명의 수녀가 수행하고 있다. 이곳 수녀원의 정식 명칭은 엄률 시토회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이다.

(출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나눔의 글

 

내가 이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 줄곧 깊이 느낀 것은 이 수도원이 이 세상의 불이라는 것이었다. 이 수도원은 이 세상에 성령의 불을 지르는 불이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사실을 수도원이야말로 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 이곳의 수도자들은 이 세상을 철저히 끊어버리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이 세상 깊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 세상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서 안고 있으며, 이 세상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느끼며 함께 나누고 있다.”

옮긴이

 

 

 

수도생활에 대한 묵상을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씌여진 이 소책은 보다 구체적인 수도생활의 형태를 알기 위하여 특별히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배경과 분위기를 선택하여 말해주고 있습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자인 저자는 수도자의 자아 포기, 관상하는 공동체, 수도회 규칙, 수도자의 침묵, 성소 등의 깊은 의미와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잘 말해주고 있어 신자들로 하여금 수도생활의 본질을 잘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소책자에 담긴 내용을 나눔의 글에 올립니다.

 

 

서론

 

관상觀想 수도원에서는 방문객이나 지원자들에게 수도자들의 생활을 소개하기 위하여 소책자를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이 책자는 단순히 지원자들을 위한 안내서이거나 또는 수도생활을 옹호하기 위한 책자는 아니다. 그러한 종류의 책자들은 현재 매우 많으며, 또 수도생활에 대한 변론이 너무 과다한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수도생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필요한 것이기에 이 책자를 통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수도원이란 이 세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곳이다. 수도생활은 구시대의 유물로서 오늘날의 사회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수도생활은 여러 점에서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이러한 오해에 대하여 올바른 대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수도자는 현대세계 안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수도자도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며, 현대세계에는 쓸모없는 사람들이 결코 아니다.

 

사실 수도생활은 흔히 많은 오해를 받아 왔으며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자들이야말로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들이다. 그 이유는 그들의 생활이 실질적인 수확을 거두어들이는 곡식 창고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살고 있는 수도원이 기도의 발전소와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이 수도생활의 진정한 의미의 하나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수도원에 관한 문제는 엄밀히 말해서 그 생활이 세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외견상의 무의미함은 바로 수도생활의 진정한 존재 이유이다. 소음과 혼란과 투쟁의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침묵 속에서 내적 수양과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단순히 휴식을 얻기 위한 평화가 아니라 금욕적인 자아 포기를 바탕으로 한 사랑과 내적으로 정화된 평화를 얻기 위한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긴장과 좌절이 연속되는 이 세상에는 고통과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적나라한 현상과 일상성 안에서 고통과 문제에 직면함으로써 자신의 내적 삶을 조화시켜 나가는 사람이 필요하다.

 

수도원은 전혀 고통이 없는 곳이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그것은 하나의 신화神話이며, 이 신화는 종교가 인간의 모든 고통을 없애준다고 하는 또 하나의 다른 신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신앙은 그 자체가 고통을 포함하고 있다.

 

신앙은 모든 문제를 사라지게 하는 요술 처방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내적 고통을 만나게 해주는 길이다. 수도자는 비상한 영적 체험이나 극단적이고 영웅적인 업적을 이루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수도자는 수도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처지와 평범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자신에 대한 진실, 겸손을 배우게 된다.

 

기도의 발전소라는 점에서 말하자면, 수도자들이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 특별한 의미의 말은 불행하게도 수도생활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내적 분주와 영적 소란을 연상시킨다. 수도자는 하느님께 많은 양의 기도를 드리지 않으며, 기도의 결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께로 돌아왔는지를 헤아리지 않는다. 수도생활은 양적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양의 기도와 선행에 있지 않고, 얼마나 많고 다양한 고행을 하느냐에 있지 않으며, 또 얼마나 많은 덕행과 기도에 나아가느냐에 있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헤아리지 않고 헤아려지지 않는 데 있다.

 

성 베르나르도는 말한다.

사랑은 그 자체가 밖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고 그 자체만으로 기쁜 것이다. 그것은 사랑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 자체로 상을 받고 있으며 그 자체로 보답을 받고 있다. 사랑은 사랑 자체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밖으로부터 추구하지 않는다. 사랑의 열매는 바로 그 사랑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덧붙여 말한다.

 

사랑은 이처럼 스스로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랑이 사랑의 원천인 하느님으로부터 왔다가 그 목적인 하느님께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하느님 자신이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수도자의 생활은 실제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와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수도자는 이 목적을 위해 진리를 사랑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 말씀을 실천하기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람이다.

 

엄밀히 말해서 수도자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그만큼 이 이 세상에서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수도자에게 영광스러운 자리를 주어 그를 만족시키려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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