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섬이 있었네
박은경 가타리나/아씨시형제회
5월 세째주 목요일 오후 7시 기후변화 씨네톡이 열리는 프란치스코회관 7층 세실리아홀을 찾아갔다. 이 행사는 서울특별시 녹색시민위원회가 주최하고 NGO 푸른 아시아가 주관하며 국제기후종교시민(ICE)네트워크와 작은형제회 JPIC가 협력하여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저녁에 열리는 행사다. 저녁을 먹지 못하고 온 사람들을 위해 간소한 김밥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 날은 브라이어 마트 감독이 2010년에 제작한 There once was an island(그곳에 섬이 하나 있었네)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파푸아뉴기니 북쪽의 타쿠라는 섬에서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여 그들의 집을 침범하고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폴리네시아인 원주민들 400여 명이 그동안 평화롭고 행복하게 전통적인 문화를 보존하며 삶을 이어가던 고향을 버리고 다른 섬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가, 몰려오는 파도를 막기 위해 무슨 대책을 세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영화였다.
그 섬에는 어떤 문명이나 가게나 전기도 없이 자연 그대로 사는 순박한 원주민들이 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아이를 낳아 키우고 부모를 모시며 오랜 세월 전통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살아왔다. 온 가족이 흥겨운 전통춤을 추며 환호하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아이들은 기울어진 바나나 나무에 올라가서 차례로 다이빙을 즐기며 논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노인들은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젓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부건빌 자치정부가 알선해 주는 다른 곳으로 떠날 결심이 섰다.
이곳에서도 어느 목사님은 이 섬을 만드신 분이 누구시냐며 그분이 우리를 돌보아 주실 것이라고 떠나는 것을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점점 차오르는 해수면을 이 섬을 만드신 창조주 하느님도 외면하시는지 날마다 파도는 거세게 집안으로 몰아닥친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방조제를 쌓아 어떻게든 파도를 막아보는 방법인데, 그 섬의 지형을 조사하러 외부에서 초빙한 과학자인 지형학자들은 그런 방조제가 오히려 파도가 모래를 휩쓸어가게 해서 해안선을 없어지게 만들며 더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 얼마 안 있어 그들은 새로운 땅으로 이주를 해야 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수 천년 이어오던 자기 문화를 잃어버리고 고향을 떠나는 게 싫긴 하지만 다음 세대로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하기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 위급한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돈도 없기에 걱정과 슬픔만 더해지는 상황이다. 기후학자들은 2050년에는 기후변화로 2억 5000만 이상의 인구가 이동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영화가 끝나고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초청되어 작은형제회 김종화 알로이시오 신부님께서 사회를 보시며 씨네톡이 진행되었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라는 제목의 책을 쓰신 그분 말씀이 우리나라에서 지금 미세먼지 걱정을 크게 하는데, 미세먼지는 폭력배 수준이란다. 왜냐하면 어떤 미세먼지도 일주일만 지나면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핵폭탄이나 마찬가지여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섬사람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해양오염, 식량난, 식수난 등 수많은 문제가 같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문제는 문명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문명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순박하게 원시적으로 살아온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 해발고도가 낮은 땅, 아열대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정말 사회 정의를 위해서라도 기후변화의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인 것 같다.
질문을 하라길래 그럼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었다. 재속프란치스코회에 들어와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다음부터 자가용도 안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음식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비닐을 안 쓰려고 시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고, 일회용쓰레기를 안 만들기 위해 항상 개인 컵을 소지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별로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가 그런 개인적인 노력들로 개선될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명의 패턴을 바꾸는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지구는 이미 75억 인구가 이대로 소비문화를 이어가도 자연적인 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우리가 안락한 문명생활을 위하여 무조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살아온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우리 모두가 에너지를 적게 쓰고 쓰레기를 안 버리는 생활방식을 취해야 하며 우리 공동체의 집단적 지성이 정치가들로 하여금 제대로 환경에 대한 법을 제정하게 해서 에너지나 재화를 바르게 순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 순위가 7위인데, 다른 나라는 그 정도에 도달하면 점점 배출을 줄이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발도상국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소비와 경제수준에 맞는 의식변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외에도 여러 질문이 있었지만 너무 전문적인 내용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종교적으로 볼 때 기후변화는 도덕적, 윤리적 타락은 재앙을 불러온다는 불교의 가르침도 있고, 또한 멸망으로 향해 달려가는 이 세대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적 소명을 지닌 것이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 우리 모두의 집단적 지성이 깨어나길 희망하며 다음 달에는 또 어떤 영화를 상영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기대하며 보다 많은 회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