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년대회와 한국 청년' 서강대 신학연구소 심포지엄 1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가 정기 추계 심포지엄에서 세계청년대회와 청년사목을 다뤘다.
27-28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은 첫날에 2023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체험(포르투갈 예수회 에두아르도 다 실바 수사), 세계청년대회의 맥락과 사명(김우선 신부),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예수회 마지스 청년센터의 제안과 나눔으로 진행했다.
둘째 날에는 신앙과 성소 식별을 중심으로 한 청년 순례자의 역할(이진옥 박사), 한국 교회와 청년 사목(오세일 신부, 정규현 신부),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예상되는 문제와 이에 대한 제안(가톨릭대 신승환 교수), 청년 패널 발표와 대담 등의 주제를 발표했다.
세계청년대회 뒤의 새로운 질문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의 삶, 교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먼저 포르투갈 예수회 에두아르도 다 실바 수사는 지난해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경험을 중심으로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협력과 나눔, 통찰을 위한 시각을 제시했다.
예수회 마지스 회원들과 4년간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한 그는 세계청년대회로 직면하고 도전받은 과제들을 공유하며, “이러한 과제들은 단순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미래의 참여자들을 위한 개선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청년대회는 모든 참여자에게 변혁적 체험을 제공하지만,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대회 이후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기념하는 것을 넘어, 교회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사목적 갱신, 잠재력 활용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청년대회는 지역 교회의 책임이 분명히 있지만, 전통적 본당(성당) 체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모든 행사 계획과 실행은 본당 구조에 크게 의존했고, 많은 면에서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본당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교회의 상당 부분을 무심코 배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청년대회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 대회다. 교회 안은 물론, 국가 조직, 시민사회, 이웃 종교 간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실바 수사는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교회와 국가 간 협력이 필수 요소이자 결과물이며, 전 지구적 맥락의 기초적 복음화를 위한 기회의 장이라고 봤다. 무엇보다 “국가 정체성과 지구적 다양성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하면서, “전 세계 젊은이가 모여 각자의 독특한 문화, 전통, 세계관을 공유하는 자리는 동시에 독특한 긴장을 형성한다”며, “개최국의 국가 정체성 홍보와 글로벌 교회의 다양성을 축하하는 것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의 경험을 성찰한 내용 가운데, “세상과 소통하며, 공적 공간에서의 교회 역할”을 들고, “대회 기간 동안 교회는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갖는다. 또 교회와 정부 간 다리를 놓을 수 있고,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세계청년대회는 영적으로 깊은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마음 안에, 대회 안에 예수님의 마음이 반영된 자리를 마련할 준비가 필요하다. 이는 환대, 치유, 변혁의 장소”라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 속 교회의 공동선과 연대 실현은 큰 자산
김우선 신부(서강대 사회학과)는 '세계청년대회와 한국: 맥락과 사명' 주제 발표에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이전의 역사 그리고 세계 교회와 한국 교회의 맥락을 검토하고, 세계청년대회가 교회 안에서 어떤 공헌을 하는가를 살피며 교회의 사명을 성찰했다.
김 신부는 세계청년대회의 역사와 교회 내 맥락에서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으며, 세계청년대회는 한국 교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는 한국 교회는 정의와 인권을 위해 활동한 경험, 공동선과 연대를 실현한 경험으로 세계 교회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교회의 위치에서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과제, 사명이 공동선과 연대의 실현이라며, 특별히 평화와 화해, 생태적 회심을 꼽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적 세계 시민 양성, 한국 교회 지도자와 사목자들의 인식 쇄신 또는 업그레이드를 한국 교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세계청년대회는 복음화의 여정에서 결실을 맺고, 삶에서 이를 전인적으로 살아가는 헌신의 맥락 안에 있으며, 그 활동 중심은 예수의 강생, 죽음, 부활”이라면서, “청년의 목마름과 청년을 대하는 그리스도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한국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청년을 바라보고 함께 살아가기
둘째 날 주제는 ‘청년’과 ‘청년사목’ 자체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첫 발표를 한 이진옥 박사(돈보스코 청소년 영성사목연구소)는 '교회의 정화를 위한 청년 순례자의 역할'을 통해, “사목 대상이 아닌 교회 쇄신과 사회 발전의 주인공”(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으로서 청년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는 “청년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청년이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움직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 주고 동반”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부터 이어진 것으로, “청년은 교회와 사회의 ‘지금’이 되어 교회의 선교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교회와 사회의 정화를 위해 앞장서는 데 충분한 자질을 갖춘 존재”라고 다시 확인했다.
이러한 청년의 상을 한국 교회 역사 안에서, 시노드 관련 문헌에서 찾아본 이 박사는 일제강점기, 민주화운동 시기 등 한국 근현대사의 각 장면에서 한국 가톨릭 청년들은 “언제나 교회 쇄신과 사회 발전을 위해 그리스도인의 직분에 충실하고자 했다”면서, 한국 가톨릭 청년 운동, 노동 청년회 등의 활동을 살펴보면, 오늘날 청년 사목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세계 교회, 특히 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추구하는 청년의 모습은 어떨까. 이진옥 박사는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이바지하며, 자기중심적 신앙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는 교회를 실현하고자 한” 한국 청년들의 모습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오늘날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으로 강조하는 것이며, 복음의 빛이 필요한 모든 변방으로 가라는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과 함께하는 교회의 역할은 “교회 안에서 청년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존재 가치와 삶의 의미,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사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하는 것, 경청은 단순히 이야기를 듣거나 정보를 얻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이 아니라 하느님이 친히 당신의 백성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 사회 구조 문제를 개인이 고스란히 짊어진 세대
교회와 세상, 지역 간, 교구와 수도회 사이의 ‘통합’ 방향 제시
오세일 신부(예수회, 서강대 사회학과)와 정규현 신부(서울대교구, 사회학 박사 수료)는 함께 '한국 교회와 청년 사목' 주제 발표를 했다. 이들은 청년 세대의 현실과 사목 전망을 살피고, 세계청년대회 전 과정을 통해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제언했다.
이들의 연구에서 청년 세대 삶의 키워드로 꼽은 것은 “탈종교화, 다중 압력의 개인화와 배태된 취약성”이다. 탈종교화란 세속화와 구분되며 기성 제도 종교, 조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이탈하는 경향이다.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청년 세대는 종교 의례에 전혀 참여하지 않거나 종교 및 신앙심이 없고, 종교 지도층을 신뢰하지 않는 비율이 점점 우상향 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즈음 급상승했다.
청년들 삶의 자리를 들여다보면, 주거, 노동, 건강, 사회 관계의 취약성이 사회 구조가 아닌 개인으로 전가됨으로써 일어나는 압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러한 다차원적 어려움, 불안은 결국 청년들이 삶의 가장 중심에 ‘생존주의’을 놓도록 만든다.
이런 청년들에게 종교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이들은 청년들에게 종교는 ‘삶의 상관성’을 점점 잃고, 종교 권위도 약화됐으며, 종교는 다양한 사회 구성 요소의 하나로 “사사화 됐다”고 봤다.
“청년 세대에게 종교적 세계관과 지평은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 신념을 구성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다. 다양한 지식 체계, 이념들과 교차하는 자신의 종교성, 주체적 기준에 따라 필요하고 유의미하며 정당하다고 느끼는 종교적 요소들을 다양한 삶의 지평과 비교, 판단하면서 자신만의 종교적 적절함을 구성해낸다.”
그럼에도 왜 누군가는 전통적 제도 종교에 몰입하는가?
이들은 “개인에게 전가되는 선택과 책임 압박은 기회비용과 위험 회피를 고려하게 만든다. 그런 청년들에게 기성 종교는 해방되고 안식을 얻으며 다시 현실을 헤쳐 갈 힘과 신념을 구축하는 탁월한 관계의 장으로서 청년세대의 종교적 원의와 호응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이러한 시도는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사목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초월이며, 인격적 동반 관계, 즉 성사적 동반으로 시작된다”면서, “환대를 통해 성사적 동반 관계에 접어든 청년 세대는 전인적 회복과 치유, 위안 경험을 통해 신앙의 의미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세상 한가운데에 있되 세상과 다른 야전병원으로서 교회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제도 종교로 몰입을 심화한다”고 설명했다.
오세일 신부와 정규현 신부는 현재 청년 세대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가톨릭 청년 사목의 통합 역할을 제시하고, “영적, 종교적, 사회적 지향의 통합, 양극화된 수도권과 지방 간 통합, 교구 시스템과 수도회 사도직 간 협력”을 제안했다.
마지막 주제 발표에서 신승환 교수(가톨릭대 명예교수)는 현대 문화적 위기에서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극복하고 성찰해야 할 과제는 “현재라는 시간의 표징을 읽고 이를 이해하는 작업”이라며, “청년이라는 상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삶에서 피해야 할 것은 그러한 상찬이나, 한 사회, 권위가 필요로 하는 일에 동원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 문화는 여전히 청년 세대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생명 감수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권위주의적 체제, 그리고 이로 인한 심각한 의사소통 현상”이라고 한 그는 “이런 형태를 넘어 새 복음화라는 가톨릭적 시대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라며, “가톨릭 청년은 복음 정신을 현재 문화 안에서 매 순간 새롭게, 매 때에 상응하게 이해하고 해석함으로써 이를 변화시키고 전환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