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년대회와 한국 청년' 서강대 신학연구소 심포지엄 2

서강대 신학연구소가 '세계청년대회와 한국 청년'을 주제로 마련한 추계 심포지엄이 지난 27-28일 진행됐다. 둘째 날 마지막 자리는 서강대 청년들이 참여한 대담으로 마무리했다.

첫날에는 지난해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와 성찰을 나누고, 더불어 한국 청년과 청년 사목에 대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마지막 대담에서는 예수회 김상용 신부와 청년 5명이 자신들의 경험과 체험을 통해 신앙과 교회의 의미를 묻고 답하고, 교회가 청년들과 어떻게 동반할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참여한 이들은 서강대 경영학과 강다인 씨, 철학/종교학과 성예빈 씨, 화공생명공학과 이하윤 씨, 졸업생 백가영 씨(벗밭 대표), 백기현 씨(벗밭)다.

인공지능 연구를 하고 있는 김상용 신부는 팬데믹 이후 한국 교회가 낸 사목백서 중 6장 내용의 키워드를 통해 10가지 질문을 만들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주요 항목은 4가지로,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교회가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가톨릭교회가 청년층과 더 잘 소통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환경 문제나 사회적 불평등 등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이 당신(청년)에게 어떻게 느껴지는가?”, “가톨릭교회의 공동체적 측면이 당신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교회가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저는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교회가 사회적 의미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청년들에게 교회는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디에도 환대받고 있지 못한 이 청년들이 진심으로 환대를 받는 공동체여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전 토론과 대담 과정에서 얻은 한 답변이다. 김상용 신부는 이 답변이 상당히 도발적이고 충격적이었다면서도, “‘환대’라는 관점에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 세대들은 우리 교회가 감지하는 것보다 훨씬 환대를 목말라하고 있다. 그러나 환대의 공동체를 복음의 가치로 여기는 교회가 이를 직접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날 마지막 '청년들에게서 배운다' 대담. 김상용 신부와 청년 5명은 교회에 청년들이 머무는 이유를 "환대"라고 꼽으며, "청년들과 함께 온전히 즐기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둘째 날 마지막 '청년들에게서 배운다' 대담. 김상용 신부와 청년 5명은 교회에 청년들이 머무는 이유를 "환대"라고 꼽으며, "청년들과 함께 온전히 즐기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청년들이 교회에 있는 이유, 교회에 바라는 것 '환대'
종교, 나이, 사회적 역할, 지위 등 배경 없음이 전제

생태적 먹거리 나눔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백가영 씨는 청년들과 함께 꾸리는 밥상 공동체를 통한 환대의 경험, 의미를 나눴다.

그는 가장 중요한 질문과 주제는 “환대받는 경험이 어떻게 나를 환대하는 사람으로 나아가게 하는가”였다면서, “함께하는 청년들, 동료들, 농민들, 자연 등, 사람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함께 존재하는 것들로부터도 환대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감각이 우리가 속한 세계, 우리 자신, 주변 사람들을 환대하고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동기가 되기를 바랐다”고 나눴다.

그는 이런 경험을 계속 확장하려는 노력 가운데, 변화가 크게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싹이 트기를 기다리면서 환대를 주고받는 경험을 많이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환대의 공동체가 왜 교회 공동체에서는 이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경험한 바에 따르면 환대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어떤 배경이나 지위, 종교를 넘어서 그 자체로 만나는 것”이라며,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아직 한국 사회 자체가 지닌 문화, 이를테면 나이, 지위, 역할, 권위에 따른 차이가 작용한다. 모든 교회 공동체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환대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를 교회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천주교에 입교한 강다인 씨는 서강대 공동체를 통해 환대를 경험했고, 그것을 계기로 세례받은 체험을 나눴다.

그는 “환대받는다고 느꼈던 것은 다름 아닌, 내가 가진 어떤 조건, 성취 때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환영해 주고, 사랑해 주는 모습, 평화로운 미소와 같은 사랑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했다”면서, 알고 싶고, 함께 어울리며 실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상용 신부는 이런 환대의 체험들이 이벤트가 되지 않으려면 내면화, 그중에서도 ‘신앙의 내면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질문에 대해, “공동체 안에서 신앙의 내면화를 이룬다는 것은 그 목적을 계속 상기시키는 것”이라는 강다인 씨는 “내면화를 위해서는 활동의 의미를 계속해서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내면화라는 것은 인격적인 만남이 지속되어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숙성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는 것은 ‘향유’한다는 감각적 감수성”이라고 설명했다.

“교회가 청년과 소통하기 위해 변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수평적 관계”, “함께 온전히 즐기고자 하는 마음”

김상용 신부는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압도적 답변은 바로 “수평적 관계”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아주 좋은 것이라고 해도, 그것을 실천하고 나누는 방법은 수평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청년들의 공동 사고이자 언어라 해석했다.

백가영 씨는 이 수평적 관계라는 답과 관련해, “벗밭이라는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또래 집단이어도 어떤 조건으로든 다르게 대하지 않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있는 그대로 서로 함께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 안에서 나 스스로도 온전히 즐기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물론 부담되는 순간도 있고 고민도 많았지만, 더 먼저 가졌던 마음은 어떻게 하면 이 순간들을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인가였고, 그러기 위한 사전 준비, 마음, 치밀함이 필요했다. 그것으로 수평적 관계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교회에서는 온전히 즐김으로써 이뤄지는 수평적 관계가 어려운 것일까?

백기현 씨는 “개인적으로는 수평적 관계를 위한 변화 지점도 많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수평적이지 않은 부분은 개인 체험상 전례나 교계 구조보다는 일상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생활할 때에 우리는 수평적인가라는 질문을 서로 해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전례나 제도로는 변화가 있어서 긍정적이지만, 일상의 문화, 일례로 “청년들은 신앙적으로 부족하다”라는 인식, 선생과 학생 같은 관계는 여전하다고 본다며, “수평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먼저 알려주기 전에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거나, ‘너는 왜 그런 선택을 했어’라고 열린 질문을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는 요청의 의미

청년들과 나눈 대화에서 등장한 두 번째 키워드는 “부담”이다. 김상용 신부와 청년들이 나눈 대화 과정에서 청년들은 “수평적 관계”에 이어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 해야 할 일들을 자발적으로 하게 해 달라는, 신앙을 숙제나 과제처럼 하지 않게 해 달라는 호소다. 이런 체험은 “교회 공동체로부터 어떤 부탁이나 초대가 있을 때, 거절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거나, “교회가 어떤 심각한 사안에 마주했을 때 취하는 성급한 태도들이 상당한 부담”이라는 토로로 드러났다.

이러한 부담과 성급함은 “청년이 없다”는 위기감 아래, 교회 공동체 유지 문제와도 연결된다. 공동체 안에서 신앙을 나누고, 느리고, 깊이 있으며, 제한 없는 '진지한 대화'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이런 부담은 일반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 이러한 부담과 성급함은 공동체 밖에서 구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생업을 유지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죄책감과 부채 의식을 주기 쉽다.

“저는 교목처 복사, 성시간 참여 등 여러 교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학업 외에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거든요. 지금 이 시간도 이 질문 시간만 지나면 아르바이트를 위해서 가야 합니다. 상황 때문에 어쩌다 그런 시간을 빠지게 되면 너무 미안하고 몇 번 이어지면 부담이 되죠. 또 어떤 봉사 활동을 부탁해서 한 번 정도는 가능하니까 하면, 그다음에 계속 요청이 와요. 그런 경우에도 엄청난 부담감을 갖게 되거든요.”(이하윤 씨)

청년들의 공동체성, “느슨한 연결과 여유로운 연대”
“투신”이라는 기존 공동체성은 이들과 어떻게 손잡을 것인가

교회와 청년의 소통을 위한 요소로 어떤 청년들은 “느슨한 연결과 여유로운 연대”를 요청했다.

김상용 신부는 “청년 세대는 느슨한 연결과 여유로운 연대를 필요로 한다. 공동체성을 청년들의 언어로 표헌한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공동체성은 투신을 요구하는 것인데, 이 투신의 관점으로 견인하려는 태도에서 위화감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공동체 활동과 그 체험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동체는 후속적으로 계속 힘을 불어넣고, 구성원들은 그 힘을 받아 공동체에 집중하는 것이 서로에게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청년들에게는 이 지속적이고 집중을 요구하는 일련의 과정, 즉 투신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백가영 씨는 이런 흐름에 대해 “이른바 밀당이 필요하다”고 표현했다.

김상용 신부는 서강대 안 신앙 동아리, 청년들의 공동체가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가운데, 서로 즐거움과 재미로 공동체를 유지하지만, 어떤 교회적, 사회적 쟁점이나 의제(아젠다), 가치가 개입된 상황에서는 어떻게 공동체성을 유지하는가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떤 가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요구한다면 부담과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 가치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가치에 대해서 청년 세대들은 그 가치를 자신이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실천이 당장 어렵고, 장벽이 되는 현실이 있을 때, 그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공감하지만 그것에 부합하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고 ‘부담’이라는 것이다. 공감과 연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백기현 씨)

김상용 신부는 청년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청년들이 자신이 하는 말과 행위가 일치하지 않는 것에서 위화감과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교육받은 세대”라면서, 청년들이 느끼는 ‘부담’의 또 다른 차원은 “실천하고 행동할 수 없는 현실적 격차에 대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백기현 씨는 “(기성세대들에게) 청년들이 투신하지 않는다는 것에 책임감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오히려 느슨하기 때문에 공동체가 더 확장되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고 또 이슈나 의제 간 교차성도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이는 문화적 차이 또는 접근법의 차이이고, 또 다른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 요구되는 것이 여유로운 연대와 느슨한 연결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용 신부와 청년들의 이야기는 청중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모 수도회에서 활동하다가 신앙 공동체를 벗어났을 때, 저의 현실은 그 이전에 소속된 공동체에서 그야말로 온실 속 화초처럼 좋은 양성을 받고 동반하다가 본당(성당)에 갔을 때, 엄청난 충돌을 경험했습니다. 신앙을 잃게 될 위기도 있었는데요. 청년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 중 하나는 당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벗어나서 만약에 다른 공동체에 간다 해도 지금의 신앙심, 그리고 지금처럼 존중받는 느낌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다른 공동체에 갔을 때 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나누고 싶습니다.”

“청년 중 한 명으로서 왜 교회에서는 환대가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은 교회 내 규범에 대한 조금의 의심과 궁금증 등을 물었을 때 회피하는 교회의 태도였어요. 그리고 사람을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어떤 규범을 어기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이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남에 대한 엄격한 잣대로서의 종교와 교회를 자꾸 부각시킬 때, 환대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요즘에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다양한 정체성을 스스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다양한 정체성을 교회에서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계속 받기 때문에 환대가 되지 않고, 청년들이 교회에 오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또 청년들에게 어떤 역할을 밀어 두는 교회 또는 사회의 문제도 있습니다.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를 청년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 어떤 답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존재인 양 말하면서 정작 환대하지는 않는 모순의 충돌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년이자 수도회에도 소속되었었고, 교부 활동, 본당 활동도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청년들은 우리가 어떤 큰 공동체에 있다는 걸 알아요. 느슨한 연결이 되게 시너지를 낸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제가 있는 교구는 조금 작은 지역이다 보니 다른 수도회 혹은 타 교구에 대해 견제하는 게 있어요. 그래서 교구에서 봉사하느냐 여부를 두고 평가하거나, 본당은 본당끼리 챙겨야 하고, 다른 교구, 수도회 활동은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일이 있어요. 청년 수가 점점 줄어들고 앞으로 더 줄어들 텐데, 우리 것과 남의 것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이라는 큰 틀 안에서 청년들을 봐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수도자입니다. 청년 사목을 담당하면서, 여러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슨한 연대와 여유로운 연결’, 소속감 이런 것을 그동안 많이 고민해 왔어요. 또 청년들이 공동체를 왜 원할까라는 질문이 내내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있는 그대로 현존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갖게 된 질문은 청년들이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공동체에 기성세대나 수도자가 과연 필요한가였어요.”

“기성세대는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어 주면 된다는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함께할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분명히 더 많은 영적 성숙이나 경험을 한 어른들이 그 안에 함께 계실 때 저희는 발견하지 못하는 도움들이 분명히 있어요. 아직 청년들은 스스로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걸 발견할 수 있는 이들이 함께하면서 개인적으로 공동체적으로 또는 관찰자로서 함께하는, 그야말로 친구로 함께 있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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