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SCE법칙'
[ 소통의기술 ] (9)
최석규 겸임교수
2025년 01월 02일(목)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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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회 부목사님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역과 관련해 담임목사님께 결재를 받을 때 비교적 성공 확률이 높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궁금해서 그때가 언제 인지 물었다. 담임목사님은 새벽예배 직후엔 대부분 무사통과라고 했다. 그때 결재를 받으면 아주 부드럽게 넘어간다고. 아마도 그때가 컨디션이 제일 좋으신 것 같다고. 회사에서 일할 때도 '심기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상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결재를 받을 때도 심기를 잘 살핀다. 심기관리는 마치 중요한 처세술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어떤 경우는 뭘 얘기해도 일사천리인데 어떤 경우는 매번 퇴짜만 맞는 것인지? 이런 모든 일들은 '인지적 편안함'(cognitive ease)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편할 때 기분이 좋다. 편하다고 느끼면 기분이 좋고 마음도 열리고 소통이 잘 된다. 잘 받아들이고 좀 더 긍정적으로 움직인다. 이런 상태가 '인지적 편안함'이다. 인지적으로 편안하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고 들리는 것을 믿게 된다. 직감을 신뢰하고 친숙하게 느낀다. 그래서 시스템1에 더 의존하게 되고 시스템2의 통제력은 느슨하게 풀어진다.
그와 반대되는 개념은 '인지적 압박감'(cognitive strain)이다. 인지적으로 불편하면 기분이 좋지 않고 경계하며 의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약 포장 속의 설명서나 보험약관을 꼼꼼히 읽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빽빽하게 쓰여 있는 글씨들이 인지적 압박감을 주기에 아예 읽어볼 생각을 않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인지적 편안함'을 주려면 SCE법칙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S는 심플(Simple)이다. 단순해야 한다. 복잡하면 뇌는 불편함을 느낀다. 나이키의 전설적인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보자. 그냥 하라고 한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움직이라고. 백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번 해보는 게 낫다고. 나이키의 철학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을 단 세 단어에 담았다. 그러니까 남는 것이다. 이보다 더 단순할 수 있을까? 양귀자의 소설 '모순'엔 이런 말이 나온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야".
C는 클리어(Clear)다. 명확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싫어한다. 이 건지 저 건지 명확하지 않으면 판단을 위해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한다. 연인 사이의 밀당이 그렇다. 몇 번이야, 가슴 졸이는 연애의 맛이라지만 밀당이 길어지면 지친다. 관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호함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없다. 말도 그렇다. 구체적이고 선명한 말이 더 잘 먹힌다. '잘 생겼다'보다는 '눈, 코, 입이 장동건 같다'는 표현이 훨씬 선명하다. "아돌프 히틀러는 1892년에 태어났다" 이 말은 거짓말이다. 실험에 의하면 두껍게 강조해 표기하니 사람들이 다 맞는 말로 믿었다고 한다. 보이는 것이든 들리는 것이든 표현은 명확해야 한다.
E는 이지(easy)다. 쉬워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상대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쓰고 말해야 한다. 그게 전문가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전문가를 못 봤다. 스티브 잡스는 '직관적'(intuitional)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애플의 제품들은 3살짜리 어린애라도 몇 번 만져보면 쓸 수 있을 만큼 쉬운 기능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은 때론 흔들린다. 말은 이해와 오해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지적 편안함'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SCE는 그래서 중요하다.
최석규 겸임교수 / 가천대학교·마음오프너 저자
사람들은 보통 편할 때 기분이 좋다. 편하다고 느끼면 기분이 좋고 마음도 열리고 소통이 잘 된다. 잘 받아들이고 좀 더 긍정적으로 움직인다. 이런 상태가 '인지적 편안함'이다. 인지적으로 편안하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고 들리는 것을 믿게 된다. 직감을 신뢰하고 친숙하게 느낀다. 그래서 시스템1에 더 의존하게 되고 시스템2의 통제력은 느슨하게 풀어진다.
그와 반대되는 개념은 '인지적 압박감'(cognitive strain)이다. 인지적으로 불편하면 기분이 좋지 않고 경계하며 의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약 포장 속의 설명서나 보험약관을 꼼꼼히 읽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빽빽하게 쓰여 있는 글씨들이 인지적 압박감을 주기에 아예 읽어볼 생각을 않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인지적 편안함'을 주려면 SCE법칙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S는 심플(Simple)이다. 단순해야 한다. 복잡하면 뇌는 불편함을 느낀다. 나이키의 전설적인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보자. 그냥 하라고 한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움직이라고. 백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번 해보는 게 낫다고. 나이키의 철학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을 단 세 단어에 담았다. 그러니까 남는 것이다. 이보다 더 단순할 수 있을까? 양귀자의 소설 '모순'엔 이런 말이 나온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야".
C는 클리어(Clear)다. 명확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싫어한다. 이 건지 저 건지 명확하지 않으면 판단을 위해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한다. 연인 사이의 밀당이 그렇다. 몇 번이야, 가슴 졸이는 연애의 맛이라지만 밀당이 길어지면 지친다. 관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호함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없다. 말도 그렇다. 구체적이고 선명한 말이 더 잘 먹힌다. '잘 생겼다'보다는 '눈, 코, 입이 장동건 같다'는 표현이 훨씬 선명하다. "아돌프 히틀러는 1892년에 태어났다" 이 말은 거짓말이다. 실험에 의하면 두껍게 강조해 표기하니 사람들이 다 맞는 말로 믿었다고 한다. 보이는 것이든 들리는 것이든 표현은 명확해야 한다.
E는 이지(easy)다. 쉬워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상대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쓰고 말해야 한다. 그게 전문가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전문가를 못 봤다. 스티브 잡스는 '직관적'(intuitional)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애플의 제품들은 3살짜리 어린애라도 몇 번 만져보면 쓸 수 있을 만큼 쉬운 기능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은 때론 흔들린다. 말은 이해와 오해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지적 편안함'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SCE는 그래서 중요하다.
최석규 겸임교수 / 가천대학교·마음오프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