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에게 ‘희망’은 포기하지 말고 전진하라는 의지적 행위입니다”
이진구 기자
입력 2025-03-20 13:55 수정 2025-03-20 13:56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자서전 ‘희망(원제 SPERA)’의 한국어판 번역을 맡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재협 신부는 13일 “교황이 직접 책 제목을 ‘희망’이라고 붙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희망’은 1월 중순 전 세계 8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으나, 한국어판은 번역·감수 등의 과정을 거치느라 이보다 조금 늦은 지난 7일 발간됐다. 원래 교황 사후에 출간될 예정이었지만, 교황의 뜻에 따라 가톨릭교회가 25년마다 맞이하는 희년(禧年)인 올해 출간됐다. 한국어판 번역에는 이 신부와 함께 지난 5년간 교황청 ‘바티칸 뉴스’ 한국어 번역을 맡은 김호열 신부, 번역가 이창욱, 작가 가비노 김 등이 참여했다.

이 신부는 “교황이 명령형으로도 쓰이는 동사 spera를 제목으로 쓴 것은 ‘희망하라’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라는 의지적 의미를 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보통 ‘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이 있다’라고 하지만, 교황은 반대로 평소 ‘우리에게 희망이 있기에 숨이 붙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제의 의미를 담은 한국어 제목을 찾는데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이 신부는 말했다. 우리말 ‘희망’에는 동사의 의미가 없었기 때문. 이 신부는 “‘희망하라’, ‘희망을 간직하십시오’ 등 동사형 후보로 20여 가지가 제시됐지만 다소 어색한 데다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다”라며 “이 때문에 명사지만 결국 가장 직관적인 느낌이 드는 ‘희망’으로 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서전 중 감명 깊었던 부분으로 25장(‘저는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일 뿐입니다’) 중 ‘희망이 피어나는 데는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라는 구절을 꼽았다. 이 신부는 “그 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고, 여기에 또 다른 ‘당신’이 더해지고, 또 다른 ‘당신’이 모일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된다는 뜻”이라며 “신자, 비신자를 떠나 교황이 살아온 길을 살펴보는 것은 지금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사는 우리에게 좋은 영적 안내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