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시는, 있으면 좋은 것인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소설과 영화와 음악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다면 시 역시 그렇다.
그러나 언어는 문학의 매체이기만 한 게
아니라 삶 자체의 매체이다. 언어가 눈에 띄게
거칠어지거나 진부해지면 삶은
눈에 잘 안 띄게 그와 비슷해진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마음들이
계속 시를 쓰고 읽는다.
시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시가 없으면 안 된다고 믿는
바로 그 마음은 없으면 안 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산문집(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