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를 말한다] 오병호 활동가 "인간 스스로 초래한 `기후폭력` 피해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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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오병호 활동가 /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매주 수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뉴스를 통해 기후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함께하는 <기후정의를 말한다>
오병호 활동가와 함께 ‘기후폭력’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오병호 활동가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 오늘 살펴볼 주제가 ‘기후폭력’에 관한 건데요. 학교폭력은 잘 알겠는데 기후폭력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떤 용어인가요?
▶ 네, 기후폭력은 말 그래도 기후 플러스 폭력입니다. 제가 임의로 정한 용어입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나 홍수로 인한 피해를 심각하게 입은 지역에서 불안정한 식량 공급과 자원 부족, 토지 분쟁 등은 지역사회의 불안정을 넘어 가정폭력이나 노동착취, 인신매매, 조혼 등 직·간접적인 폭력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수단과 같이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된 토지분쟁 때문에 살인·성폭력·납치 등 아동폭력 및 권리 침해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가뭄, 홍수, 흉작 등으로 인해 생계 수단 및 수입원을 상실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양육자들은 폭력적인 훈육을 행할 가능성이 높고, 기후변화로 인해 내전과 이주 등 인도적 위기에 놓인 아동들은 더욱 폭력적인 상황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듣고 보니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파괴와 분쟁, 폭력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기후폭력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기후 변화로 위기에 놓인 아동들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요?
▶ 네, 기후위기로 어려움에 처해진 지역이지만 이 지역의 아이들이 변화의 주체자로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재난위험 경감을 위한 센다이 프레임워크에서는 기후변화 적응(CCA)을 포함하여 재난위험 경감에 기여하는 아동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가 단위의 실행에서 아동의 잠재력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나 아이들의 참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이는 어른들이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문제를 식별해낼 수 있어 재난위험을 줄이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중심의, 아이들 주도의 재난경감활동은 기후폭력 및 아동학대의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가족과 학교,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미래 세대로서 환경에 대한 강력한 사회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자, 특히 아이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막는 핵심적인 방법으로서 교육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앞으로 기후변화와 아동폭력의 관계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 수집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 모든 것을 통해 기후변화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기후변화의 피해자로 남아 있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같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변화의 매개자가 되어야 하고 아이들과 청소년에겐 충분히 그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렇군요. 혹시 우리나라에서도 기후폭력의 예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 네, 제가 앞서 말한 기후폭력은 학교폭력이나 아동폭력에만 국한시켰는데요. 인류가 파괴한 환경은 인류에 의해 자행되는 기후폭력이고, 이런 활동으로 파괴된 환경과 기후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인류에게 큰 피해를 안겨주는 재난은 지구시스템에 의해 다시 돌아오는 기후폭력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환경 이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인데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습니다.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이 여러 가지 문제로 무산되고 가덕도가 영남권 신공항 부지로 선정되었고 부산·울산·경남지역 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인천공항까지 트럭으로 운송할 경우 비싼 운송비와 트럭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로 인한 환경문제도 심각한 수준이기에 기후변화에 오히려 대처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정도입니다. 정부가 하는 국책사업을 힘없는 주민이 반대할 수 없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부산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가덕도는 대규모 개발이 불가능한 곳입니다. 생물 다양성과 보호대상, 해양생물 서식지 등 해양생태 1등급 지역만 6곳입니다. 또 자연녹지 8등급 이상 지역도 3곳에 달합니다. 신공항이 들어서면 천혜의 자연환경은 한순간에 파괴될 것입니다.
문제는 가덕도 개발로 인해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면 추후 어떤 피해로 돌아오는지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지역의 깃대종과 생태계 순환 시스템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죠.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학교폭력에는 과거에 자행했던 것도 다 들추어 재조명하는 국가에서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를 가속화 하는 것에 대해서 둔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왜 일지 의심이 듭니다.
▷ 생물다양성에 대해 강조하셨는데요, 환경 훼손 문제 말고도 다른 측면에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살펴볼 수 있을까요?
▶ 생물다양성이 훼손되면 생태계에도 위기가 찾아오지만 당장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의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단일작물 재배와 소수 품종에 대한 높은 의존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FAO,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인류가 섭취하는 식물은 전체 6000종 중 200여종으로, 전체의 3%밖에 되지 않아 편중 현상이 매우 심각합니다. 게다가 토양 생태계는 심각해지는 토양 침식과 염류집적 현상으로 인해 점점 더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재배면적의 대부분을 몇 안 되는 품종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후위기와 대규모 개발로 인해 특정 지역의 토양이 황폐화되면 그 지역의 토질과 기후에 맞게 자라던 품종 전체가 사라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농식품 체계가 위험에 처하면 각국의 식량안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문제의식으로 삼아야 합니다.
▷ 그렇군요. 식량 안보 이외에 또 다른 측면도 있을까요?
▶ 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보전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7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SCIENCE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GDP 국내총생산 5조 달러 이상의 손실이 있었으며 삼림파괴 억제와 야생동물 거래 제한이 팬데믹 예방에 도움이 되며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정책포럼 결과가 게재되었습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인간이 삼림 등 생태계를 파괴함에 따라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종(쥐, 박쥐)으로 인해 병원균이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림 보전에 연간 96억 달러를 투자하면 종간전파율이 높은 지역에서의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을 40%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감염병 예방교육 등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대한 사상자와 경제적 피해가 발생되고 있으며, 삼림훼손 등 생태계 파괴로 동물을 매개로 하는 인수공통전염병 발생 위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생물다양성 파괴로 인한 팬데믹 발생과 경제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으며, 사전에 생물다양성 보전에 투입되는 재정비용을 확충해 보전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결국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기후폭력이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 수밖에 없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기후정의를 말한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의 오병호 활동가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3-10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