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격리수용 중 느낀 기후위기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개인적으로 두 가지 큰일이 있었다. 아침마다 환경뉴스 클리핑을 해왔는데 어느새 1000호를 기록했다. 기사를 쓰는 사람도 있는데 남의 글을 옮겨 보낸 걸로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셨다. 심지어 격려 기부금도 내주셨다. 아마도 가장 큰 격려는 기후재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대책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닐까 싶다. 후원자들께 돈 내시라는 말만 하기가 죄송스러운 데다 나름 환경공부도 할 겸 매일 오전 6시에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3년이 다 되는 시간 동안 환경문제에 대한 나의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1000회 환경뉴스 클리핑의 소감은 ‘무섭다’이다. 기후위기가 놀라운 속도로 진행 중임을 연일 체감해서다. 어제 대전에선 자동차가 물에 둥둥 떠내려 갈 정도로 폭우가 내렸다. 부산에선 이 지역 1년 강수량의 64%가 하루 새 내렸다. 중국은 지난 두 달간 폭우로 남한 인구를 넘는 550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비는 여전히 내려 양쯔강 상류와 중하류를 나누는 기준점인 싼샤댐에도 수용 한계점까지 물이 유입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싼샤댐은 길이 2.3㎞에 달하고 저수량은 390억t으로 일본 전체 댐의 저수량과 같다. 그런 댐이 터질 정도의 폭우라니 무섭기 짝이 없다.
지금 제주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쓰자니 제법 낭만적이기도 한데, 실상은 이렇다. 지난 25일 토요일에 업무 겸 놀이 겸 제주에 왔다. 일정을 마치고 월요일 오후에 공항으로 가는 길에 전화벨이 울렸다. 지난 22일 점심을 함께한 분이 27일 아침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니 8월5일까지 자발적 격리를 해야 한다는 보건당국의 전화였다. 즉시 제주보건소로 가서 진단을 받고 제주시에서 정해준 격리시설로 이동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래서 어찌어찌 여행짐을 끌고 제주대 인재개발원에 격리수용 중이다. 벌써 사흘째 방 밖으로 나갈 수 없고, 하루 두 번씩 체온을 재며 코로나19 발병 가능성을 체크하고 있다. 삼시 세끼 배달음식으로 생애 가장 많은 플라스틱 용기를 배출하고 있어 맘이 불편하다.
이 정도로 불편을 이야기하는 건 사실 엄살이다. 북극이 뜨거워지면서 제트기류가 요동치며 기후의 대혼란으로 우리의 일상이 깨지고 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물폭탄이 떨어지고, 수돗물에서 깔따구 떼가 흘러넘치고, 폭염으로 거리에 나갈 수 없고, 메뚜기가 곡식을 다 갉아먹고, 사방엔 철모르고 부화한 바퀴벌레들이 넘쳐나고! 지금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당장 나에게 닥치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 기후재난으로 편안한 잠자리와 식사, 가족과 친구들의 소소한 즐거움 같은 일상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걸 코로나19로 인해 제주에서 조금이나마 체험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 기후재난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그린벨트 해제 여부가 논란이 됐다. 기후위기,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문제로 전 인류가 고통받는 와중에 아파트 짓자고 그린벨트를 훼손하겠다는 발상에 경악했다. 어쩌면 가장 창의력이 필요한 영역은 정치인 것 같다. 정부가 실상은 ‘그린’이 빠진 ‘그린 뉴딜’ 천명보다 지금 있는 자연만이라도 우선 제대로 보전해주길 빈다. 아울러 제발 창의력 넘치는 인재를 등용해 기후재난도 막고 경제도 살려주시길 바란다. 그 밥에 그 나물, 어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