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정치학과 심리학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0-08-12 21:38:10    조회 : 265회    댓글: 0

[김호기 칼럼]기후위기의 정치학과 심리학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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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길어졌다. 피해도 크다. 까닭은 북극과 동시베리아 기온이 평균보다 높아져 장마와 더위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중국 남부와 일본 규슈에도 기록적 호우가 쏟아졌다. 이상기후 현상이다. 이번 폭우 하나만으로 기후위기를 주장하긴 어렵다. 그러나 갈수록 두드러지는 홍수, 폭염, 태풍, 한파, 산불 등 기상 이변과 재난을 지켜보면, 이 기이한 장마는 기후위기의 전조인 게 분명해 보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기후위기가 갖는 심각성은 그간 숱하게 토론돼왔다. 당장 인류의 가장 큰 시련인 코로나19 팬데믹만 해도 기후위기를 원인의 하나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러미 리프킨이 대표적이다. 그에 따르면, 야생동물들이 기후 재난을 피하려 인간 가까이 다가왔고, 바이러스가 이와 함께 이동했다. 사스, 메르스, 에볼라, 지카, 그리고 코로나19가 그 직접적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미친 지구적 충격을 고려할 때,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는 너무나 급박한 인류사적 과제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기후위기를 금융위기, 테러리즘과 함께 지구화된 위험의 대표 현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인데도 어느 나라도 위기 대처를 제1의 국가 과제로 삼지 않는다. 왜일까. 정치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요인의 경우, 미국 등 많은 정부들은 기후위기를 현재가 아닌 미래의 과제로 놓아둔다. 앤서니 기든스가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지적하듯, 사람들은 미래에서 얻을 수 있는 더 큰 보상보다는 작더라도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선호한다. 무임승차 유혹도 문제다. 다른 나라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참여할 경우, 우리나라가 소극적이라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기적 계산 역시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요인의 경우,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미온적 태도가 문제다. 조지 마셜이 <기후변화의 심리학>에서 강조하듯, 기후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온실가스와 기후위기의 관계에 있다기보다 심리적 편향을 위시한 가치와 이념에 놓여 있다. “그런 거창한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죠”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기후위기를 애써 무시하려는 심리적 태도가 그 대응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지구적 차원에서 기후위기의 계몽에 앞장서온 이들은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미국의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다. 툰베리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등교거부 운동을 주도해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작년에는 ‘글로벌 기후파업’에 동참해 힘을 더했고,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 앞에서 “당신 지도자들이 우리 모두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함으로써 기후위기의 지구적 계몽에 크게 기여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작년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치·경제·사회·환경을 포괄하는 ‘그린 뉴딜 결의안’을 내놓았다. 결의안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온실가스 배출 제로 달성, 적정 임금의 좋은 일자리 대규모 창출, 21세기에 걸맞은 인프라와 산업에의 투자, 지속 가능한 환경의 확보, 사회 전반에 대한 정의와 공정성의 증진을 5대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들로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청정하고 재생 가능하며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의 100% 공급 등을 제시했다.

그린 뉴딜은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을 이룬다. 한데 일각에선 그린 뉴딜에서 ‘그린’이 사실상 빠졌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실천하는 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린 뉴딜의 목표는, 앞서 말했듯, 공정하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환경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데 있다.

분명한 것은 기후위기가 이제 부정하기 어려운 과학적 사실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지구는 외적 충격으로 인한 불안정한 상태를 스스로 복원할 수 있는 복잡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 지구의 자동조절 시스템이, 대기과학자 조천호가 강조하듯, 교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기후위기가 급격히 진행되고, 최근 그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실이 우리 눈앞에 생생히 펼쳐지고 있다.

   

기후위기의 가장 심각한 피해자들은 나와 같은 기성세대라기보다 우리의 아이들인 다음 세대일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지구를 이런 상태로 물려줄 건가. 우리에게 그런 권리가 과연 있는 건가. 언제까지 내일의 문제로만 남겨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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