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 폭염, 폭우 그리고 기후변화
이지연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올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무덥다’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를 뛰어넘는 더위였다. 수치로 살펴보면 우리가 어떤 여름을 났는지 더욱 명확해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연간 폭염일수는 31.2일로 1994년의 기록(31.1일)을 갈아치웠다. 그 외에도 열대야일수 16.7일, 평균기온 25.5도(평균최고기온 30.7도, 평균최저기온 21.2도)로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1일 최고온도 기록도 바뀌었다. 강원도 홍천은 지난 8월 1일 40.6도를 기록, 76년 전인 1942년 대구에서 관측된 40도를 넘어섰다. 같은 날 서울도 최고온도가 39.6도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뜨거운 하루를 보냈다.
연일 기록을 갱신하는 폭염은 언론매체의 헤드라인 단골 이슈로 소개되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더위가 한반도를 뒤덮은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단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꼽는다. 김백민 책임연구원(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특히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적도와 북극의 온도차로 의해 생성되는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며 “결국 따뜻한 공기가 한 곳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올해와 같은 극단적인 폭염이 발생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어 “지금부터 기후변화에 적응 및 대응하지 않는다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thermometer-3581190_1920
출처: pixabay
이번 폭염으로 우리나라 국민들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되었다. 사실 기후변화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벌써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 정부와 공공기관, NGO 등이 문제 제기를 했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지난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와 오는 2020년 발효되는 파리협정은 그간의 노력을 보여주는 결실이다. 일반 국민들도 진작부터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환경부가 2008년에 실시한 ‘기후변화 대응 대국민 인식도 조사(2차)’ 결과, 97.2%의 국민(만 13세 이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화학연구원이 진행한 ‘에너지/환경: 기후변화 정책 및 탄소 자원화 인식 동향’ 조사에서도 만 19세 이상 일반인 93.3%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응답해 10년 전과 인지도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반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인지는 낮았다. 한국화학연구원의 동조사에 따르면, 단 36.5%만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주체에 관한 인식도 달랐다. 정부가 38.0%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기업(31.4%), 국민(29.2%) 순이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으로는 정책 및 제도 마련(35.8%)을 꼽았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수립을 원하면서도 정작 국민들의 관심도나 참여도는 높지 않은 편인 셈이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게시된 기후변화 관련 청원 100여 건 대부분 동의 인원이 10명도 채 넘지 못한다.
정책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다. 또한 국민이 목소리를 내는 만큼 정책은 발전하게 되어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관심과 참여가 동시에 이뤄져야 실효성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기후변화센터가 정책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SNS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나서겠지’라는 생각으로 방관한다면 우리는 계속 더워지고, 계속 추워지는 이상기후를 지연시키거나 피할 수 없다.
어느덧 더위가 물러가고 서울과 경기북부, 강원 지역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장마기간도 아니고, 태풍이 찾아온 것도 아닌데 8월 28일과 29일 이틀간 경기 연천 444.5mm, 동두천 406mm 등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있다. 이 역시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보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기후변화는 단지 폭염과 폭우 기록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 생활방식이나 모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자는 사계절 중 특별히 가을을 좋아한다.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스쳐갈 때의 청량감, 낙엽이 쌓인 길을 걷는 폭신함 그리고 형형색색의 낙엽으로 물든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담는 즐거움 등 가을이 주는 선물은 끝도 없다. 독자들 각자 좋아하는 계절이 있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사계절이 주는 선물을 언제까지 즐길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 그 계절이, 그 이유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
※ 해당 게시물 내용은 기후변화센터의 공식 입장의 아닌, 작성자 개인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