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돋보기] 0.5도, 지구를 살린다
김유리 (루치아, 정치경제부 기자)
2018. 10. 14발행 [1485호]
홈 > 여론사람들 > 현장돋보기
1.5도냐, 2도냐. 지난주 0.5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다. 2015년 국제사회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는 것을 막자고 합의했다. 이번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총회가 열렸다.
1.5도와 2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IPCC가 공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보면 0.5도의 차이는 확실하다. 지구의 온도가 0.5도 줄어들면 해수면 상승 폭도 10cm 낮아진다. 이에 따라 전 세계 1000만 명의 인구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식량이나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빈곤층도 수억 명 감소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기후 난민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또 곤충과 식물들이 서식지를 잃을 위험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전보다 1도 오른 상태. 불과 1도 올랐을 뿐인데도 지구는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여름 최악의 폭염과 산발적으로 이어진 집중호우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다. 이런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도가 올랐는데, 이제는 10년마다 0.2도씩 오르고 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가 더 이상 영화로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다. 급격한 온난화로 해류 흐름이 바뀌고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인다는 재난영화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1.5도와 2도의 논쟁은 1.5도 특별보고서 채택으로 결론이 났다. 문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전력 생산의 7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매년 2700조를 쏟아야 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더는 늦출 수 없다. 내일로 계속 미뤘다가는 지구의 내일이 오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