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빈곤의 역설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12-28 16:14:53    조회 : 331회    댓글: 0

 


[이달의 이슈] 에너지 빈곤의 역설

 

김 민 커뮤니케이션팀 연구원


요 며칠 북쪽에서 내려온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 전역을 뒤덮었고, 12월 13일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2도에 머물렀다. 영하 2도를 기록한 모스크바 보다 훨씬 추웠다는 이야기가 SNS에 떠돌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추위에 얼어붙은 몸처럼 우리 주변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얼어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왜일까.

 

‘지구온난화의 역설’, 지구 평균 기온은 올라가지만 이상 기후로 인해 겨울은 더 추워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도 이러한 역설을 발견할 수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수입 화석 연료를 이용하여 생산된 전기를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고, 이는 곧 대량의 탄소 배출과 연결된다. 전기를 이용한 난방 기기 제품 시장의 성장 또한 한 몫을 거들고 있다. 화석 연료에서 2차 에너지로 전환된 전기를 다시 열에너지로 사용하는 역설은 우리가 에너지를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경제력을 갖춘 에너지 다소비 계층은 겨울철 한파와 여름철 폭염과 같은 극한 기후 속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을 갖춘 반면, 에너지 빈곤층을 매우 그 피해로부터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4년에는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어져 방에서 촛불을 켰다가 일가족이 화재로 모두 숨졌던 사고가 있었다. 전류제한 조치를 받는 전국의 저소득층 4,600 가구는 언제든지 이러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에너지 빈곤층에게 에너지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주변의 역설적인 상황이 야기하는 에너지 빈곤층의 사회적인 고립, 그것이 계층 간의 격차로 비춰져 갈등이 표출되는 일련의 양상, 그 속에서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갖고 있는 본성인 공동체 의식마저 상실하는 것,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현상이다.

 

어떻게 보면 에너지 빈곤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는 것은 누구나 똑같겠지만, 단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기대’가 때로는 문제를 둘러싼 본질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실질적인 봉사와 기부활동도 좋지만, 에너지 빈곤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해나가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주 역설적이게도 일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지만 작년 겨울의 광장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게 해준 촛불의 힘을 ‘기대’해본다.

 

처음 태어난 신생아는 다른 사람과의 시선 교환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듯이, 사회적으로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에너지 빈곤층에게 시선을 던져주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 하나하나의 관심, 그것이 에너지 빈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자 공동체 의식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스스로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는 것부터 출발해보자. 그리고 실질적으로 자신의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에 옮겨보자. 에너지 빈곤층에게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이 어깨에 내려앉는 무거운 삶의 무게가 아닌, 누구나 연말에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행복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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