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MB의 4대강 사업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8-02-01 16:33:09    조회 : 336회    댓글: 0

 

[경제와 세상]내가 겪은 MB의 4대강사업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입력 : 2018.01.31 21:16:00 수정 : 2018.01.31 21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나는 법 전문가가 아니기에 그의 혐의에 거들 말이 없다. 다만 언론 기사에 나온 다스 실소유주설과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 수수설이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그가 들고나온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그 아류인 4대강사업을 보며 느낀 바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10년간 이 사업은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하천유역을 황폐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 덕분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의 사고구조와 행동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부의 범법 행위는 이미 명시화됐다. 2012년 2월 부산고등법원은 4대강사업에 대해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은 국가재정법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2009년 3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의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문제 삼은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사업에 ‘재해예방’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4대강사업의 타당성 평가를 생략한 행위는 국가재정법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보았다. 최고권력자의 허황된 판단 때문에 22조원의 국민세금이 강 훼손에 사용됐다. 그 돈이면 서울~부산 간 KTX를 완공하고도 남는다. 수자원공사에 떠넘긴 사업비 8조원의 이자를 갚기 위해 매년 3000억원 넘는 세금이 지출되고 있다.


4대강사업을 둘러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대한 법적 판결을 넘어 국민 판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에피소드 몇 가지를 진술하고자 한다.


누구를 욕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다시는 재정과 국토를 파탄 내는 거대 국책사업이 등장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4대강과 경북 내성천에서 목도할 수 있는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은 묻지 못하더라도 정치적, 학문적, 도의적 책임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될 즈음 선거캠프 소속 교수의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2.3으로 나왔다는 주장이다. 통상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2.3이면 편익이 비용의 두 배가 넘으니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이 값은 논란이 극에 달했던 운하사업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전가의 보도로 쓰였다. 그러나 이 계산은 왜곡의 집합체다. 비용편익분석 매뉴얼에 명시된 방법을 따르지 않았다. 산업파급효과로 추정한 11조7000억원을 편익에 포함했다. 단일 편익 항목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건설사업의 경제성 분석에 넣어서는 안되는 항목이다. 반면 매년 발생하는 유지관리비는 비용에서 누락했다. 의도된 경제성 부풀리기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교수는 단 한번도 공론의 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많은 언론매체 토론회는 물론 경제학계가 주관하는 찬반 세미나에조차 나오지 않았다. 참석을 약속한 후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한 사례도 있었다. 자신의 연구결과를 당당히 주장하지 못하면서 왜 그런 수치를 제시했을까? 나는 그 이후 우리가 함께 속해 있던 학회에서 그를 본 적이 없다.


# 2008년 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로 기억한다. 나는 한반도 대운하 토론회에 나가랴,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결성을 준비하랴 바빴다. 연구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한양대를 출입하는 국정원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당시 나는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소속이었다.) “잘 계시냐, 별일 없으시냐, 요새 바쁘시지요” 등의 말을 쏟아놓았다. 국정원이 왜 이런 전화를 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개의치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이후 5년간 나는 전화를 걸고 받을 때마다 ‘사찰’이나 ‘도청’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 2010년 여름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평가하는 논문을 해외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했다. 4대강사업에 대한 비판도 들어있었다. 귀국 후 정부 녹색성장위원회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 글을 녹색성장 관련 정부발간 단행본에 싣고 싶다는 것이었다.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몇 차례 수정요구가 있었고, 최대한 수용했다. 그런데 최종 편집본을 받아든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논문 속 한 문단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아예 삭제되어 있었다.


내가 싣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먼저 원고를 의뢰하고서 이런 취급을 하다니. 논문 수록을 철회하고 받은 원고료는 돌려주었다. 나중에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로부터 청와대 녹색성장환경비서관실에서 해당 문단을 삭제했음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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