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사회학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02-09 15:57:39    조회 : 345회    댓글: 0


기후변화의 사회학

   

기후변화센터 한빛나라 박사

    

올해 여름 유례없는 폭염을 겪으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이슈가 우리 사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비난의 화살은 한전과 산업부로 일제히 향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서명운동이 개최되었으며, 전기요금 누진세 구간 진입 전후 고지 의무화 법안이 발의되고, 시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폭염이 가계지출에 직격탄을 주면서 기후변화는 가계소비 이슈영역으로 전환되었으며, ‘돈 없는 사람은 더워 죽으란 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듯이 소득수준에 따라 우리가 폭염을 견디는 방법에서도 눈에 띄는 차이가 드러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현상이 앞으로 더욱 빈번해진다면, 치솟는 수은주만큼이나 뜨거워진 서민들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소득수준에 따른 계층 갈등, 정보접근성에 따른 인식격차와 사회적 소외,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복지 문제, 거버넌스와 사회시스템, 폭력과 치안의 문제 등 기후변화가 사회이슈로 확산될 여지는 충분하다.

  

기후변화가 환경적, 경제적 측면에서 주로 다뤄져왔다면, 이제는 인문사회적인, 보다 통합적인 측면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의 영향은 환경과 경제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세워진 정책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영향과 관련하여 해수면이 얼만큼 상승하는지, 북극의 빙하가 얼만큼 녹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 자연현상적 측면에 대한 연구자료와 데이터는 충분히 있다. 반면에 이러한 지구의 변화가 우리들의 삶과 사회에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에 대한 설명은 항상 부족하다.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한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식수와 식량난, 주거와 인프라 문제, 물가상승과 소비패턴의 변화, 차별과 지역갈등에 대해서는 아무도 소상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사회’(Oxford University Press, 2015)의 저자인 로버트 브룰 드렉셀 대학 교수는 “사회과학은 기후과학에 관한 논쟁과 사회운동의 역할, 자본주의와 이데올로기의 기능 등 논란이 많은 다양한 측면을 짚어주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사회적 기원과 결의에 대한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사회학이 기후변화 논의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제로 자본주의와 소비를 꼽는다. 그에 따르면 탄소배출 감축을 이끌어내려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체제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자원소비를 지향하는 소비행태에 있어 문화신념체계가 자원절약 혹은 효율화 측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하며, 기후변화 문제해결에 있어 인간행동과 사회적 역동성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유엔은 2015년 ‘기후변화에 관한 사회적 문제’(The Social Dimensions of Climate Change)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FAO, ILO, ITU, OHCHR, UNAIDS, UNESCO 등 20여 개유엔 기구들이 참여한 보고서에는 보건, 식량안보, 고용, 소득, 성평등, 교육, 주거, 빈곤 등 이슈분야별 기후변화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정책수립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가령, 인권의 측면을 살펴보자. 성평등의 보장은 여성의 토지소유를 인정하고 토지이용으로부터 창출되는 소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교육 기회를 증진시키며,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역량을 제고할 뿐 아니라, 환경서비스에 대한 보상시스템을 통해 토지전용과 산림벌채를 막고 탄소배출을 절감하여 기후변화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핵심은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기후변화 정책은 성공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자연현상에 대한 대응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정치사회학적, 소비심리학적, 문화인류학적, 인지커뮤니케이션학적 견지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통섭적 논의가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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