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젠마을(REGen Villages), 21세기형 자립마을의 시사점

작성자 : jo    작성일시 : 작성일2017-05-04 11:06:53    조회 : 379회    댓글: 0

 리젠마을(ReGen Villages), 21세기형 자립마을의 시사점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 한빛나라 박사  
 
덴마크의 Samso, 독일의 Juehnde, 영국의 Ashton Hayes, 스웨덴의 Malmo, Simris 등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탄소중립형 에너지자립을 선포한 지역들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아직까지는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희소성은 있지만, 지역이 보유한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하여 탄소중립 혹은 에너지자립을 지향하는 것은 분명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다.
 
Starfish Initiatives, Carbon Neutral Cities Alliance 등 이러한 움직임을 선도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도 상당수 추진 중이며, 에너지자립 커뮤니티로의 변모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들도 매우 많다.
 
   
그리고 이러한 탄소중립 혹은 에너지자립마을의 다음 모델로서 개발 중인 또 하나의 마을이 있다.
 
2018년 네덜란드 Almere 지역에 준공될 리젠마을(ReGen Villages)이다. 리젠 이니셔티브는 급격한 인구증가가 야기하는 자원 부족 문제와 사회·환경·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이다. ‘리젠’(ReGen)은 영어 “regenerative”에서 따온 것으로, 리젠 프로젝트는 모든 자원이 재생되어 순환되는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리젠마을은 도심을 벗어난 교외 지역을 경제, 환경, 교육적으로 가족과 함께 살면서 일하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되었으며, 2016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소개되었을 때 ‘살고 싶은 꿈의 마을’로 각광받으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regenvillages 실내.jpg
        (출처 : www.regenvillages.com) 
 
기존의 에너지자립마을이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원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리젠마을은 에너지에 먹거리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첨단기술의 융합과 자원순환 시스템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자립을 목표로 한다.
 
리젠 이니셔티브 창립자인 스탠포드대학교 디자인연구센터 평화혁신랩(Stanford Peace Innovation Lab)의 James Ehrlich는 “리젠마을은 어떤 시스템의 산출물(output)이 다른 시스템에 투입되는 자원(input)이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령, 리젠마을의 음식물 쓰레기는 분해되어 수상정원의 퇴비로 사용되고, 또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자란 파리는 수상정원에서 양식하는 물고기 먹이로 사용하며 빗물은 저장해서 농장이나 정원에 사용하고, 마을 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각 가정에 전기를 보급하는 식이다. 또한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과 농장 운영의 효율성을 모니터링하고 삶의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구현된다. James Ehrlich에 따르면, 리젠마을은 에너지와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슈퍼태풍이나 지진 등 각종 재난·재해에 대비하기에도 훨씬 용이하다.
 
   
 
리젠마을은 에너지, 먹거리 등 지역공동체가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자원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커뮤니티 구성원 즉 이웃 간의 사회·환경·경제적 가치 공유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리젠마을이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자립마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리젠마을은 에너지와 먹거리라는 물질적인 자립의 범주를 넘어서, 사람들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관계의 방식과 기능에까지 관여하며 삶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도심의 아스팔트를 벗어나 녹지가 많은 교외지역에서 태양과 바람에서 에너지를 구하고 자원의 순환사슬을 복구하는 등 자연의 생태시스템에 가장 가까운 모델을 추구하는 듯 하지만, 반면에 첨단 기술을 통해 모든 시스템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시스템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재정의하는, 공학자들이 치밀하게 설계해놓은 가장 인위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리젠마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된다면, 사회·경제적 시스템과 법적 제도, 가치체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지역 커뮤니티의 급격한 활성화가 가져오는 지역공동체 단위의 자치권 강화, 민주주의적 합의에 기반한 개인 자율성의 신장, 초연결사회의 감시기능의 확대, 공유재산의 소유권 및 이익 분배에 대한 갈등의 확산, 지역 이기주의 및 불평등의 심화, 중앙정부의 역할과 사회 시스템의 재편 등 21세기형 자립마을이 도래하기 전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이슈는 산재해있다.
 
   
 
4차 산업혁명의 저자 클라우스 슈밥은 “사회적으로는 일과 소통하는 방식,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즐길거리를 누리는 방식에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와 기관들에서도 이에 발맞춰 급속한 시스템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설계한 새로운 ‘에코 시스템’ 안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신기후체제 출범에 따른 저탄소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체계에서부터의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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