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들리는 기후협약, 우리의 대응 태세는
입력시간 | 2017.06.05 06:00 | 논설위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으로 국제사회가 혼란에 빠져들었다. 미국이 환경보존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외교·군사 등의 분야에서까지 국제사회에 대한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경제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정책 기조가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자리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압박함으로써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도 이러한 갈등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영국 런던에서 차량테러가 발생한 직후에도 트위터를 통해 반(反)이민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해 논란을 야기했다.
문제는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파리기후협약의 추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중국 다음의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탈퇴 선언으로 다른 나라들의 협약실천 의지를 무디게 만들 소지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일찌감치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유명무실해진 선례를 그대로 쫓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관건은 우리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이다. 우선은 2030년을 목표로 발표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맞춰 이행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엔산하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국내에 유치한 입장에서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온실가스 감축이 여전히 세계적인 관심사라는 점에서 기술개발 노력도 계속 추진돼야 한다. 눈앞의 득실만을 따져 관련 노력을 늦춘다면 결국 국제경쟁에서 뒤처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기회에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다시 조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감축 목표가 브라질,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 이행 실적도 목표 수준에 훨씬 미달함으로써 결국 배출권 비용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산업경쟁력 저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친환경 정책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경쟁국들과 속도를 맞출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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