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화석연료 시대는 끝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
2016. 01. 24발행 [13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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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가 ‘자원 빈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지하자원이 없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지난해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에 선출된 이회성(알로이시오, 서울 흑석동본당) 박사다. 1988년 출범한 IPCC는 전 세계 기상학자, 해양학자 등 3000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기후변화 연구 국제기구다.
자원이 없는 게 왜 축복일까? 답은 지난 12월 채택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찾을 수 있다. 협정에 따라 2021년부터 ‘신기후 체제’가 시작된다. 핵심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최대 2℃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해서 줄여 2100년에는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산업화의 바탕이 됐던 화석연료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파리 회의 참석자들은 ‘화석연료 시대는 끝났다’는 의견에 공감했어요. 신기후 체제에서는 석탄, 석유, 가스 등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있다가 없으면 아쉽겠지만 우리나라는 화석연료가 원래 없었잖아요? 신기후 체제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죠. 이제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한국의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3.1%에 불과하다. 신재생 에너지는 화석 연료와 비교하면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이 의장은 “신재생 에너지와 화석 에너지의 생산 비용 차이가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면서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 비용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현재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2100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19세기 말보다 4℃ 높아지게 된다. 4℃가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해 미국의 한 환경단체가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6억 명 살고 있는 땅이 물에 잠기게 된다. 또 많은 해안 도시들이 사라진다. 대재앙이 닥치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 온도가 0.8℃ 올랐는데, 이대로 가면 80년 후에 3℃가 더 오르게 돼요. 지구 역사에서 80년 만에 3℃가 오른 적은 없었어요. 짧은 시간에 급격히 오르면 생태계가 굉장히 적응하기 힘들어지죠. 종(種)의 다양성도 줄어들 것입니다.”
파리 협약이 기존 기후 협약인 ‘도쿄 의정서’ 체제와 다른 점은 선진국뿐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195개국이 함께 참여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구 온도가 이렇게 높아진 데는 산업혁명 이후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룬 선진국의 책임이 크다. 아직 경제 발전을 이루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은 억울할 만도 하다.
이 의장은 “선진국은 개도국에 윤리적인 빚을 지고 있다”며 “협약문에도 명시돼 있지만 선진국은 개도국에 재원과 신재생 에너지 개발 기술력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난화의 원인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탄소세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매겨지는 세금이다. 그는 탄소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데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예요. 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탄소 배출이 적은 제품은 가격 변화가 크게 없을 거예요.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세금이 적은 저탄소 상품을 선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탄소 배출이 줄어들겠죠. 나라 전체적으로 굉장히 바람직하죠.”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읽었다는 이 의장은 “교황님께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면서 “195개국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파리 협정과 교황님의 말씀이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세계에너지경제학회장,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 등을 지낸 이 의장은 1992년부터 IPCC에서 활동하며 제3위원회 공동의장, 부의장을 역임했다. 의장 임기는 7년이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