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티밍(Big Teaming)’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도 필요하다
(재)기후변화센터 지식네트워크팀 함주현 연구원
21세기에 들어서며 사회변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산업의 변화도 매우 빠를 뿐 아니라 사회조직과 운영 원리, 기본적인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조직의 대응방안 중 하나로 최근 조선비즈에서‘티밍(Teaming)’이 소개되었다. 티밍이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춰 여럿이서 협업하면서 대응하는 과정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변화하는 조직을 전제로 처음 보는 여러 조직의 여러 사람이 모여도 금세 의사소통을 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하는데 전혀 서로 다른 업종 간 협업을 하기 위한 기술은 '빅 티밍(Big Teaming)'이라고 한다. 협업 경영 전문가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산업 간의 협업, ‘빅 티밍’이 늘어날 것을 전망하며 여러 전문 분야에 걸친 티밍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분야에 있어서는 학문과 산업 간의 협업, 민간과 정부 간의 협업, 서로 다른 산업 간의 협업 등 협업의 중요성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기반이 되는 아주 기초적인 환경의 변화로 에너지, 물, 식량, 무역, 보건, 생태계 등 생태학적뿐만 아니라 사회경제학적 시스템에 광범위하게 영향과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해법 또한 어느 한 분야가 해결된다고 해서 10-1=9 와 같은 수학 계산처럼 그 만큼 줄어든다고 보장할 수 없다. 한 분야가 해결됐음에도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도, 심지어 더 심해져 있기도 한 것이 기후변화 문제이다. 또한 지난 해 12월 ‘파리협정’ 타결로 신기후체제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국내·외 정책적인 변화와 사회의 니즈(needs)가 계속해서 변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성공적인 티밍사례로 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수영센터 ‘워터큐브(Water Cube)'의 경우, 수영센터 디자인을 건축디자이너에 일임하지 않고 기계공학자, 조명전문가 등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함께 진행하였던 컨소시엄이 입찰 마감을 앞두고 여러차례 변경된 입찰 충족 요건들에 재빠르게 대처하여 입찰을 따낼 수 있었다. 우리가 대비하고 있는 신기후체제 역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 및 급격한 변동이 있을 걸로 예상되어 티밍을 통한 유동적이고 재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무총리실을 사령탑으로 하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부처 간 협업체계를 강화해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7개 부처와 합동으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글로벌 기술협력 전략’을 마련하였고 200여개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이 참여하는 민간 차원의 기술협력 논의도 활성화할 계획을 밝혔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아열대 어종의 변화, 구상나무 쇠퇴, 감귤 등 1차 산업 재배여건의 변화 등의 문제 현실화로 기상·수산·원예·감귤·산림·에너지 등 국가·연구기관등과 지방정부가 함께 해결책 마련을 위한 자문단을 구성하여 논의하기도 하였다.
최근 국민대 학생들이 기계공학, 자동차공학, 전자공학, 디자인, 경영학 전공생들이 협업하여 매년 새로운 솔라카를 개발하여 지난 해에는 총 3022km 거리를 태양광에너지만 사용하여 완주한 자동차를 개발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도 이런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인문, 사회, 경제, 과학, 생태, 법학, 건축, 의학, 행동과학, 심리, 소프트웨어, 문화, 디자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함께 분야 간 ‘빅 티밍’을 이뤄 시너지를 만들어 냈을 때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리스크인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또한 이런 혁신적인 운영 방식이 한국사회의 상하 수직적인 관계나 기타 기존 운영 방식의 한계로 실패하지 않도록 수평적인 소통과 노력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