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美 국무장관 "최근 유럽 난민사태 뿌리는 기후변화 따른 환경재앙"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10-02 20:10:58    조회 : 508회    댓글: 0

요르단의 아즈라크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지난 7월 한 소년이 가스통을 끌고 가는 어머니를 돕고 있다. 시리아 난민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농경지 격감으로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아즈라크=AP 연합뉴스

 

 

최근 유럽을 혼동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는 난민 사태가 “극단주의 세력 때문이 아닌 환경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 외교 장관 회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이것이 사회적 갈등까지 파생시킨다는 취지였다. 오는 12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는 ‘환경 난민 시대’를 맞아 어떻게 대처할 지가 주요 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후변화 대처를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일부 학자들은 “기후변화에서 파생된 갈등이 대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컬럼비아대학 리처드 시거 교수는 올 3월 발표한 논문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기후변화와 최근 시리아 가뭄의 시사점’에서 “난민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시리아가 속한 초승달 지대는 농경과 인류 문명의 주요 발상지였을 뿐 아니라, ‘에덴 동산’이 있었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풍요로웠지만 지금은 불모지가 됐다. 특히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이 논밭을 버리고 도시로 몰렸다. 또 지구 온난화에 따라 지중해 동부 지역 강수량이 줄고, 토양의 습도도 낮아져 농경이 점점 어려워 졌다. 최소 시리아 국민의 40%(약 760만명)가 고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거 교수 연구진은 “시리아 가뭄은 정치 불안의 촉매제가 됐다”며 “인간이 기후체계를 교란했고 이는 내전 가능성을 2, 3배 가량 높였다”고 결론지었다.

시거 교수는 특히 시리아뿐 아니라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이란 등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학자들은 남수단, 민주콩고,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 국가나 멕시코 등 중미 국가도 ‘기후 변화로 정치가 위협받는 곳’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 난민’은 이미 10년 전부터 제기돼 온 주장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노먼 마이어스 교수는 2005년 5월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 변화에 따른 난민이 발생하고 이는 정치ㆍ사회ㆍ경제 등 각 분야에 걸쳐 이 시대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데도 이를 공식 문제로 여기지 않는데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오 쿠테레스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도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기후 변화가 지금까지 남반구에 더 큰 악영향을 미쳤지만, 북반구에서도 인구 이동을 초래할 만큼 거세질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난민 문제로 직결될 것임을 시사했다.

물론, 기후변화 가설을 부인하는 주장도 있다. “지구 온난화 속도가 최근 정체됐다”며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는 여전히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거나 미신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가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영국 기상청(Met Office)는 올해 지구 평균 기온이 1880년 관측 이래 최고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최고 기온도 2010년과 2014년에 잇따라 경신되는 등 무서운 온난화 진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