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서스 이야기, 기후변화
지식네트워크팀 연구원 이한나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 인구론의 요지는 이러하다. “인구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18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이론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구온도 2°C 상승 억제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노력하는 요즘, 2°C 이상 상승하면 지구 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이론은 후세에서 어떻게 평가될까?
기후변화를 논할 때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기업들과 대립 각을 세운다. 정부는 그 사이에서, 심지어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은? 관심 없다. 언론에서 보도를 해도, 홍보를 해도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후변화가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점을 조금 바꿔보자. 이상 기후로 한국에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계속되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다면, 그래도 기후변화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을까? 다시 질문을 해보겠다. 이래도 기후변화가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지금 이 시나리오는 빠르면 당장 올 하반기에 우리 경기에 미칠 영향 수 있다. 최근에는 태풍으로 비가 오긴 했지만, 예전과 비교하여 장마라고 할 만큼 비가 왔는지 생각해본다면.
기업은 어떨까?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탄소 배출량 감소이다. 뜨겁게 논란이 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가 등장한 배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석유재벌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태양광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이러하다 보니 생산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기후변화 대응과 결부시킬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사물인터넷, 전기자동차 등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하는 분야들을 살펴보면 결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것이다.
앞으로 돌아가서 멜서스의 인구론을 다시 생각해보자. 멜서스의 이론이 빗나간 배경에는 의학의 발전, 농업 혁명, 산업혁명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최근 폭염에 사람들이 죽고 지구촌 곳곳에 홍수와 가뭄이 만연하며 그 결과 식량 및 물 부족에 시달림을 보면, 그의 이야기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농업?산업혁명이 나타난 것처럼 기후변화의 위협을 기회로 삼아 기술 혁신과 개개인의 노력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업혁명’을 이룩한다면 2°C 이론도 빗나갔다고 결론지을 수 있지 않을까? 각 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고: 토드 부츠홀츠(2012)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