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적응 '선택 아닌 필수'.."경제적 피해 800조"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09-17 14:10:16    조회 : 637회    댓글: 0

우리나라 2100년까지 평균온도 약 4℃ 상승
기후변화로 약 800조원의 경제적 피해 예상
제주도 기후변화 적응 사례 탐방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 최근 몇 해 사이 여름에는 북극해로 선박이 다닌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아 항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과 국내 지자체에서도 북극 항로를 선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를 오히려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2.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 2005년 나비 등 초강력 태풍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현상과 지난 겨울 100년만의 대폭설은 우리에게 기후 변화를 실감케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지구적 노력이 완벽히 성공하더라도 과거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향후 수십 년간 세계 평균 기온은 2℃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우리나라가 2100년까지 평균 온도가 약 4℃ 상승하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약 800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물론 이와 더불어 필연적인 기후변화에 인간이 적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더 나아가 기후변화의 위기를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까지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지난 8일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현상이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지역이면서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한 사례가 공존하는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도는 동쪽과 서쪽끝이 73km 밖에 되지 않지만 강우량 차이는 750mm에 이르고 31km의 남쪽과 북쪽간 온도차는 1.6℃, 해발 0~700m는 7℃가 난다. 기후변화 연구의 최적지로 꼽히는 이유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구상나무 숲이 급속히 쇠퇴하고 있는 한라산을 시작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처음으로 발견된 용머리 해안, 또 아열대 작물인 망고를 재배하는 농가와 용과(dragon fruit), 아보카도 등 아열대채소 및 과일생산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시험재배지를 둘러봤다.

 
 

◆ 변화하는 한라산의 식생 = 제주 도착 직후 찾은 곳은 해발 1950m의 한라산. 한라산은 해발고도에 따라 다양한 식생 분포를 보이고 있어 기후변화에 민감하거나 취약한 생물 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날 한라산 어리목에서 윗세오름까지 4.7km, 2시간 30분 가량을 올라가다 보니 구상나무, 시로미, 돌매화나무, 털진달래, 한라솜다리 등 극지 고산 식물(한대성 식물)의 분포 영역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반대로 소나무, 억새, 제주조릿대 등 온대성 식물의 분포는 확산되는 모습도 뚜렷이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고유 식물이면서 한라산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 구상나무는 기후 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안고 있었다. 구상나무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환경의 변화로 생장 쇠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위협근접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날 산행에 동행한 송국만 제주대학교 박사는 "한대성 수목인 구상나무가 기온 상승으로 증발산량이 급증해 광합성에 필요한 수분을 빼앗겨 생장에 방해를 받고 있다"면서 "현재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줄어들고 온대림인 소나무 숲은 확장되면서 두 종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내에서는 한라산 해발 1500m 이상 지역에서만 자라는 멸종위기 고산식물 시로미도 마찬가지로 위협을 받고 있다.

반면 온대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소나무는 점차 분포가 확대되고 있다. 한라산에서는 900~1200m 지역이 주 분포지인데 최근 사제비 동산과 돈내코 등산로 등 해발 1400m 일대에서도 활발히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소나무 분포 확대는 기존에 자생하고 있는 산철쭉 등 관목림과 구상나무 등 한대성 식물의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점점 사라지는 용머리 해안 = 두번째로 둘러본 곳은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용머리 해안.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해 이름이 붙여진 이곳에는 용머리 부분을 중심으로 한 바퀴 둘러보며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가 마련돼 있는데 최근 이 용머리 해안 산책로를 통제하는 일이 잦아졌다.

해안이 바닷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는 바닷물에 잠겨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없고 파도가 거센 날에는 아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1987년 산책로를 조성할 당시에는 거의 없었던 일이다.

용머리해안 일주산책로는 해안의 비경을 관광객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산책로로, 1987년 자연 그대로의 바윗길에 너무 낮은 곳은 시멘트를 쌓아 높이고 위험한 곳은 돌계단을 놓거나 다리를 잇는 공사를 해 조성됐다. 산책로 조성에 관여했던 한 제주도 의원은 현재 해안선 평균 수위가 공사 당시보다 최소 15cm는 높아졌다고 한다.

이날 설명에 나선 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은 "용머리해안에 산책로가 만들어진 때는 물에 잠기는 일이 거의 없었다"면서 "23년이 지난 현재 용머리해안은 바닷물에 잠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바닷물에 잠기고 있으며 만조시에는 조금, 사리에 상관없이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대 해양과학대 방익찬 교수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연안의 해수면은 지난 38년간(1970~2007년) 총 22.8cm가 상승했다. 이 보고서는 제주지역 해수면이 상승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대만 난류가 흘러드는 동중국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구로시오 해역이 우리나라 해수면 및 온도 상승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상했으나 수심이 낮고 대만 난류가 흘러드는 동중국해 해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현 소장은 "제주도는 동중국해에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해수면 상승률이 가장 높다"면서 "이런 변화를 비교적 쉽게 눈으로 볼 수 있는 용머리해안을 기후변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농가 = 다음은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농가를 방문했다. 과거 채소 농사를 짓던 이 농가는 6년 전부터 아열대 작물인 망고 재배를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제주도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가 가능해졌고 한반도 남쪽지역까지 확대된 한라봉보다 높은 소득이 기대돼 망고 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비닐하수스안의 나뭇가지 마다 잘 익은 망고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8월이면 망고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농가를 함께 방문한 전승종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연구관은 "(제주에서)10년 전부터 망고 재배를 시작했지만 그때는 가온(비닐하우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비용이 전체 사업 비용의 70~80%를 차지해 수지를 맞출 수 없었지만 (10년이 지난)현재는 전체 비용 중 40~50% 정도로 (가온비용)낮아져 수익성이 나고 있다"면서 "감귤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하나 둘씩 망고 재배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망고는 수입 산에 비해 맛이 좋아 개당 1만5000원 이상의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 현지 사람들의 설명이다.

2008년 기준으로 제주지역 열대과수 재배면적이 52ha(52만㎡)이르고 이 중 60%인 32헥타르가 망고, 10헥타르가 용과가 차지하고 있다. 감귤 2만ha, 한라봉 2000ha에 비해서는 아직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비한 수준이다. 하지만 열대과수를 재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열대과수 재배 농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전 연구관의 설명이다.
 

◆ 기후변화 대응 작물 개발 박차 = 이어 태풍을 예측하는 국가태풍센터를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를 방문했다. 이 센터는 한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제주도에 열대·아열대 작물을 도입하고 현지 적응시켜 농가에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수 십개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들여온 다양한 과수와 채소가 시험 재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용과가 탐스럽게 자라고 인기 있는 차 재료인 패션프루트도 눈에 띈다. 이밖에도 망고스틴, 아떼모야, 아보카도 등 우리나라에서 자랄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던 열대·아열대 과일이 실제로 재배되고 있다.

지중해 같은 따뜻한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아티초크는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재배돼 눈길을 끈다. 해외에서는 고급 샐러드 재료로 사용되는 값비싼 채소다. 아스파라거스, 강황, 쓴오이, 차요테 등 전부 수입에 의존했거나 이름조차 생소한 열대·아열대 채소도 보인다.

임한철 온난화대응연구센터 소장은 "아열대기후대가 북상하면서 농업 생산환경이 변화하고 재배 작목 또한 바뀌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기회로 삼아 농가소득 창출을 위한 연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현장 취재에 모든 일정을 함께 소화한 이재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은 "현재 나타나고 있거나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국가 정책과 산업뿐 아니라 지자체 및 국민 생활의 적응 노력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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