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지붕과 태양광 패널, 그리고 굴뚝 모양으로 촘촘하게 도열해 있는 형형색색의 환기구가 동화 속의 마을을 연상시킨다. 영국 런던시 중심부 빅토리아역에서 교외선 기차를 타고 약 20분 걸리는 핵브리지역에 내려 5분쯤 걸어 찾아간 베드제드(BedZED)의 첫 인상이다.
안내를 맡은 공보담당 수지 프레스턴씨는 "베드제드의 주거 개념은 조명이나 난방을 위한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베드제드는 '베딩턴 제로 에너지 디벨롭먼트'(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의 약자. 서로 연결된 작은 2층집 곳곳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배려가 가득했다. 전기뿐 아니라 물 사용량도 모두 검침기에 나타나 절약을 유도한다. 프레스턴씨는 "지하창고에 설치한 커다란 저장탱크에 빗물을 받아 사용한 뒤 이 물을 정화장치(Biomembrane Reactor)를 거쳐 화장실 변기 등에서 재사용한다"고 말했다.
인위적 조명과 난방을 위한 핵심적인 동력은 재생에너지만을 쓰는 열병합발전소다. 이 발전소는 인근 지역 임산물의 부산물로 나오는 나뭇조각과 매립장에서 분리 처리되는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한다. 주택단지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가 전기 수요의 10%를 충당하고 나머지 전력 수요는 열병합발전소가 감당한다. 그다지 크지 않은 축사처럼 생긴 이 발전소는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열로 물을 데워 주택단지의 난방까지 해결하고 있다.
수송 수단도 특별하다. 교통 수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 안에 재택근무용 사무실로 쓰기에 적합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주민들은 '녹색교통계획'에따라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승용차 40대를 공용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용한다. 지붕의 태양광 전지로 충전한 공용차는 약간의 이용료만 내면 빌려 쓸 수 있다. 개인 승용차를 위한 주차 공간은 약 40대분에 불과하다. 이를 이용하려면 연간 사용료를 내야 하지만 전기 겸용 하이브리드차나 LPG 차량을 사용하면 환급받는다.
런던시 교통국에서 일하는 헬런 울스턴씨는 4세 된 딸과 함께 베드제드의 침실 2개짜리 주택에 산다. 그는 "처음에는 그저 매우 홀가분하고 통풍이 잘되는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은 육교를 건너가면 나만의 하늘정원을 만나게 되는 행복을 이제는 포기할 수 없다"면서 "누구에게든 베드제드 입주를 권하지만 이사를 가는 사람이 없어 새로 입주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임항 환경전문기자, 탐사기획팀=최현수 팀장, 김남중 우성규 이도경 기자 tams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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