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남 일 아냐” 인식 변해야
한국, 국민 기후변화 위험 체감 못해
소통 부재로 정책반영 어려운 게 현실
박미경 | glm26@hkbs.co.kr | 2015.08.14 03:10
▲ 이번 세미나는 향후 2030년 지구 평균기온 2℃ 상승에 따른 한반도의 위협을 분석하고자 마련됐다. <사진=박미경 기자>
[이화여대=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기후변화는 우리가 당면한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의 기후변화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국민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을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론 형성이 어렵고, 정책결정자들 역시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시민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사회학적 관점으로 접근해 여론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후변화보다 더 큰 위협 없다
(재)기후변화센터와 한국기후변화학회는 8월13일 ‘미래 기후변화의 위협’이라는 주제로 이화여자대학교 신공학관에서 포럼을 열어 2030년 한반도 위험 시나리오를 예측해봤다.
▲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부
이상훈 부장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으로 연구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의 기후가 지난 30년 동안 1.2℃ 상승해 한반도 해수면 상승, 집중호우와 가뭄 피해 등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년 후에는 온난화로 인해 생태계 분포와 종 변화, 식량생산 저하, 질병발생 및 사망자 증가, 지역별·산업별 갈등 증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상승으로 고산 식물의 감소, 연안의 후퇴로 생물종과 서식지 위험 등 생태계 위협은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부 이상훈 부장은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수년 동안 환경 전반에 걸친 국가 차원의 정기적인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 및 적응 정책을 수립했다”며 “국내는 에너지, 농수산, 산업, 국제협력 등에 관한 기반구축과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는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 생태계 평가는 미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생태계 위협은 현재 진행 중
▲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김병식 교수
호주는 2009년부터 꾸준히 거주민과 기반시설, 생태계, 산업에 대한 기후변화 예측 및 평가를 수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올해에 들어서야 생태계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를 위한 기반구축 중에 있다.
이상훈 부장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생태계 변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정책 연계를 위한 리스크 평가 항목을 구체화하고 정책결정자에 대한 교육과 정부 차원의 생태계 위협에 대한 인식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물관리 부문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최근 태풍 루사(2002년), 탄천 집중호우(2007년), 우면산 산사태·강남역 침수(2011년) 등 극한 가뭄과 폭우, 홍수와 같은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기상학적 가뭄이 이제는 사회경제적 가뭄으로 변하면서 국민들이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강원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김병식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 물관리는 기술 개발 등을 통한 예방적 대책으로써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도시계획과 연계된 수재해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
정해관 교수
적응과 저감 동시에 고려해야
기후변화로 보건 분야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대기질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지역수준의 기후변화 및 환경보건에 대한 관심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정해관 교수는 폭염 및 이상기온으로 인한 건강장애 ▷기상재해로 인한 손상과 장애 ▷대기질 변화로 인한 호흡기질환 ▷수질변화로 인한 위장관질환 등이 기후변화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해관 교수는 “한국의 환경보건10개년 계획을 보면 기후변화 적응 위주”라며 “기후변화 적응과 동시에 온실가스 저감도 포함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요
▲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우리 사회가 자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전문가들은 동감했다.
한편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해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후순위로 밀리거나 예산이 삭감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가 미치는 심각성을 알려 국민의 참여를 자발적으로 유도하고 정책 반영을 이끄는 소통 전략의 중요성이 제기됐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정태용 교수는 “기후변화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자연재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인재(人災)로 확대하는 등 후속적인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 학계, NGO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또한 정태용 교수는 “과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의 소통의 부재로 정책에 반영이 못 되는 상황이 계속 지속되고 있다”며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미국소맥협회 한국대표부 강창윤 대표는 “지금 젊은층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의 위협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지금 즐겨먹는 라면과 빵 가격의 상승뿐만 아니라 살수 없는 상황이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기후변화센터 유영숙 공동대표(前 환경부 장관)는 “국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몸소 체감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가 아닌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용어 개발이 필요하다”며 “소통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결정자들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glm26@h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