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 따로 행동따로’ 정부 탄소 정책, 우물안개구리 위기 입력 : 2023.09.22 19:20 수정 : 2023.09.…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3-09-25 11:29:45    조회 : 224회    댓글: 0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유엔총회에서 ‘CF(Carbon Free, 무탄소) 연합’을 제안했다. 원전 등 무탄소 에너지의 국제 확산과 선진국·개도국 간 기후 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RE100과 달리 CF는 원전이나 수소 등 전기 생산 과정에서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포괄한다. 정부는 CF 연합을 통해 에너지 관련 국제 여론을 한국에 유리하게 조성하고, 개도국에 원전 수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CF 연합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과 거리가 있고, RE100이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도 낮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자사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국제적인 캠페인이다. 글로벌 기업 400곳이 참여를 선언했고,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기업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RE100 관점에서 원전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다. 탄소를 배출하진 않지만 핵폐기물이 생기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이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켰지만 어디까지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운영을 전제로 한다. 한국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원전이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비유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확보 수단으로 원전을 강조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서도 원전 관련 예산은 대폭 늘렸다. 반면 기후환경 예산의 상당 부분은 홍수 방지 등 재난 대응에 배정했다. 올 초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산업 부문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14.5%에서 11.4%로 3.1%포인트 낮췄다. 이마저도 현 정부에선 연평균 2% 정도씩만 감축하고 전체 감축량의 75%는 차기 정부로 미뤄놨다. 탄소 정책이 ‘말 따로 행동 따로’ 엇박자로 가고 있는 셈이다.

기후위기 극복이 인류의 최대 현안이 되면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가와 기업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은 2030년부터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공급받는 기업과만 거래를 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기업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으로 공장을 옮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도 재생에너지 투자는 늘리지 않고, 원전 확대만 골몰하고 있으니 세상 물정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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