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왜 위기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나?

작성자 : admin    작성일시 : 작성일2014-09-03 23:17:49    조회 : 451회    댓글: 0

 

기후위기, 왜 위기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나?

부경대학교 환경대기학과 오재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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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7일 발표된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지금까지 관측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대기 중의 CO2 증가 때문이며, 지금까지의 기록을 볼 때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에 의해 40%가 증가했고 농도는 2013년에 400ppm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 21세기 말(2081~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1986~2005년에 비해 3.7℃ 오르고 해수면은 63c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혁명 이후 2℃(지구환경이 안전할 수 있는 한계) 이하로 기온 상승을 억제하려면, 인간 활동으로 대기 중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이 800~880 GtC(Gigaton of Carbon)을 넘어서는 안 되는데, 2011년 까지 이미 531 GtC가 대기 중에 배출되어 여유분은 약 350 GtC만 남아있다. 현재 약 9 GtC의 이산화탄소가 매년 배출되고 있으므로,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 해도 2050년 이후 기후변화는 위험 수준을 넘게 될 가능성이 있다.

2006년 10월에 발표된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on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에 의하면, 지구평균온도가 향후 50년 이내에 1750~1850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3℃오르는 경우, 전 세계적으로 홍수위험도가 높아지는 한편 물의 공급력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며, 곡물 수확량이 감소해 일부 국가에서는 심각한 식량부족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스턴 박사는 나아가 2010년 3월 현재 이미 전 세계적으로 2,500~5,000만 명 정도의 기후난민이 발생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분쟁의 원인이 될 것이며, 이는 기후전쟁일 것이라 주장했다.

정리하면, 산업혁명 이후 지속된 탄소경제로 인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유래 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온난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이와 같은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은 지역마다 다른 정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수 백 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 영향 또한 지역적으로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이에 따라 물, 식량,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며, 이 세 가지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곳에서는 기후난민이 발생하며, 이에 따른 지역적인 사회불안은 궁극적으로 기후전쟁으로 연결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 세계 3차 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 기후위기가 몸에 와 닿지 않는 것일까? 원인은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온실가스 저감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 적응정책이다. 전자는 기후변화의 근원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되돌려 놓거나 생태계가 기후변화 속도에 따라 갈 수 있도록 적어도 변화 속도를 줄이자는 의도의 정책이다. 이에 반해, 후자는 기후변화를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이다. 이 두 가지는 그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둘 다 필수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기후변화 대응책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기후변화 적응 대책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기본적인 물, 식량, 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확보책을 마련해야 하기에, 사안이 매우 복잡하며 투자에 비해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기가 쉽지 않아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한편, 온실가스 저감정책은 지금까지 인류가 최대 번영을 누리게 해준 탄소경제의 근원을 다루는 것이기에 여기에는 수많은 이권이 관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배출권거래제 정책도 온실가스 저감정책의 좋은 예로 꼽을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각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정부가 할당하고, 이를 기준으로 배출량이 초과할 경우 배출권을 사거나 못 살 경우 과징금을 내야 하는 제도다. 할당량보다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했을 경우 이를 팔 수도 있다. 경제계는 17개 업종 정부 할당량 14억 9,500만 톤과 업계 산출치 17억 7,000만 톤 간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과징금을 감안하면 오는 2017년까지 최대 27조 5,000억 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실리의 존재 유무로 인해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책으로서 더 매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이 일반인들에게 기후변화 위기를 잘못 인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이 느끼는 위기는 기후변화로 하루하루 생활에 필요한 물, 식량,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적으로 미국의 정보기관, 국방부, 세계은행 등에서는 지역적으로 이런 물, 식량,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기후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미군은 자국민의 물, 식량,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어느 곳이라도 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기 중 온실가스가 지금의 두 배가 되어도, 세배가 되어도 군대는 출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2도를 넘어 3도, 4도가 되어도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물, 식량,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있는 경우에는 대규모 기후난민 발생과 더불어 국지적인 충돌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나아가 세계대전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기후위기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독자적인 식량안보 확립은 이미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불과 2% 미만의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한 기타 에너지원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까닭에 에너지 안보도 보장된 것이 없다. 또한 수자원 역시 하늘에서 내리는 강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물 안보 확보에도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지리적으로 반도에 위치하지만 북쪽에 북한이 가로막고 있어 특별한 남북협력이 없이는 만약 물 부족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대륙으로부터 물 공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리하면 우리나라는 물, 식량, 에너지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해 확실하게 보장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론이고 많은 시민단체들도 진정한 물, 식량, 그리고 에너지 안보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다만 탄소경제가 흘리고 있는 이권이 있는 곳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이 기후위기를 위기로 인식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생각된다. 재난은 위기유발요인의 복잡성과 우리의 자만으로 커진다. 기후위기에 재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우리가 문제의 전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눈앞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사안은 간과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시간 읽기에 들어간 기후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보다는 기후위기를 배출권거래제를 위해서만 활용하려는 정책이나 실제적인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보다는 이러한 위기를 이용하여 이권을 쫒아 다니는 여러 단체들의 활동이 우리를 기후위기로부터 눈과 귀를 멀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실이 기후위기를 위기로 인식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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