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한 국가를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유엔 새 결의안 채택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3-04-01 21:46:13    조회 : 242회    댓글: 0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한 국가를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유엔 새 결의안 채택

정원식 기자
29일(현지시간) 이스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이스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부족한 개별 국가 정부에 사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결의안이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기후정의를 위한 역사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엔총회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의무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는 통상 국가간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만 유엔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 등의 요청을 받아 특정 이슈에 대해 권고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결의안은 ICJ에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는지, 특히 이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CJ의 권고적 의견은 판결과 달리 법적인 구속력은 없으나 각국 정부와 법원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고 향후 기후관련 소송에서 각국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이클 제라드 콜럼비아대 기후변화법 연구센터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ICJ의 결정은 갈수록 증가하는 기후변화 소송에 직면한 전 세계 법정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결의안 채택에 앞서 “ICJ의 권고적 의견은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더욱 대담하고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취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것은 태평양 지역 8개 섬나라들의 법률 전공 학생단체인 ‘기후변화와 싸우는 태평양 섬나라 학생들(PISFCC)’과 지구온난화로 국가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섬나라 바누아투다.

2019년 설립된 PISFCC는 태평양 섬나라 정부들을 향해 유엔이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압박을 가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바누아투 정부가 2021년 결의안 채택 추진을 공식 선언하고 다른 태평양 섬나라들도 동참하면서 학생들이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었다.

80여개 섬으로 이뤄진 인구 32만명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는 초강력 태풍과 해수면 상승 등으로 기후변화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돼 있다. 2015년 풍속 300㎞에 이르는 초강력 사이클론이 덮치면서 국토의 3분의2 이상이 초토화됐고, 최근에도 4등급 사이클론 4개가 찾아와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21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세기가 지나기 전 태평양 섬나라들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PISFCC의 캠페인 국장 솔로몬 여는 “전 세계 젊은이들은 세계 최고 법정인 ICJ가 기후 정의 싸움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 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쉬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는 “오늘 우리는 기후정의를 위한 엄청난 규모의 승리를 목격했다”면서 “오늘의 역사적 결의안은 인권과 세대 간 형평성을 기후 의사 결정의 최전선에 두는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의안은 온실가스 배출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반대를 피하기 위해 표결 없이 합의 방식으로 채택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나라가 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이 지역 소국들의 발언권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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