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경남 합천군 율곡면 한 야산에서 난 불. 겨울철 강수량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전국 곳곳에 건조특보가 발효됐다. 연합뉴스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28일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중 제2실무그룹 보고서인 ‘2022 기후변화: 영향, 적응, 취약성’을 보면 우리나라가 기후변화로 사회,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독자적인 연구를 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존에 나온 연구들을 취합해 평가하는 기관이다. 이번 보고서 역시 2021년까지 발간된 기후변화의 영향, 적응, 취약성에 관한 전세계의 연구 결과들을 분야별로 취합해 평가하고 정리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가 인용한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대부분의 지역은 ‘습구흑구온도지수(WBCT·온도와 습고, 복사열, 기류 등 열중증을 유발하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수)’가 25도 이하인 조건에 해당한다. 습구흑구온도지수는 26~29도일 경우 육체 노동자에 위험이 있는 조건으로 간주되고, 30~33도일 경우에는 노동자가 높은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경우 현재는 위험 기준보다는 낮은 상황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보다 급격하게 줄어들지 않을 경우 많은 지역이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온 등 기상이변은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위협한다. 보고서는 “기상 조건은 정신 건강과 연관되어 있다”며 높은 기온이 베트남과 홍콩, 중국, 한국에서 정신 질환과 우울, 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또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인도 등에서 고온이 자살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장 주요한 위험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등 위협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강조됐다. 보고서는 “1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규모의 홍수에 노출된 해안 인구는, 약 15㎝의 추가 해수면 상승으로도 20% 늘고, 해수면이 75㎝ 상승할 경우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에 인용된 연구에 따르면 부산 지역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연간 피해액은 2070년에는 약 30억, 2100년엔 약 7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업은 극심한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보고서는 “대한민국 29개 고지대 작물에 대한 연구는 물 부족이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의 주요 제한 요소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국내 어업 역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에 인용된 연구 중 하나는 2030~2050년 한국의 어류 생산량이 2010~2030년 대비 49%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금융 불안이나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충격은 우리나라에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 간 위험은 국경을 넘거나 원격 연결을 통해 전달된다”며 그 예로 각종 상품의 글로벌 공급망, 글로벌 식품 시장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