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박종무/ 수의사, 생명윤리학 박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태계 회복과 기후위기 극복 첫걸음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
뭇 생명을 인간 중심적으로 이해하고 있어
수의사 중 유일한 생명윤리학 박사
공장식 사육과 생태계 파괴, 코로나 팬데믹·기후위기와 밀접한 관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에게 법적지위 부여 개정안 입법예고
동물과 자연을 학대, 착취할 권리 없어
[인터뷰 전문]
무너진 생태계를 바로 세우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첫걸음은 사람들이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30년째 동물 문제를 알리고, 사람과 모든 생명의 공생, 공존을 말해온 수의사의 통찰인데요.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의 저자, 박종무 ‘평화와 생명’동물병원장 전화로 만나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박종무 라파엘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동물병원 이름이 ‘평화와 생명’이군요. 그동안 동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쓰셨던데 모두 생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강연도 많이 하시고요. 생명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세요?
▶원래는 일상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대하고, 그 생명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소중한 생명이고요. 그래서 생명을 잘 알 것 같은데 의외로 생명을 잘 모릅니다. 모르는 것을 넘어서 생명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들도 너무 많고요.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이 생명을 경쟁적인 관계로 또 인간 중심적으로 이해하는 부분입니다. 그로 인해서 사람들 사이도 경쟁을 내세우며 다른 사람을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을 그저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명은 때로 경쟁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선 또 국내 수의사 중 유일한 생명윤리학 박사인 걸로 아는데요. 어떻게 수의사로서 생명윤리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셨습니까?
▶제가 어릴 적에 이런 저런 폭력을 경험했고,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폭력을 알게 됐습니다.
그 상처받은 동물들을 치료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수의사가 돼서 수의사 임상을 했고요.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업을 하면서 지냈는데요.
그러면서 아내와 같이 미사를 가끔 다녔는데, 어느 날 성당에서 주보를 펼쳤는데 주보에서 툭하고 가톨릭생명대학원 안내문이 떨어진 거예요. 그걸 보면서 사람에 대한 낙태 그런 문제에 대해서 모르고 생명을 너무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가톨릭은 종교적인 색채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해 좀 더 많이 고민을 하잖아요. 생명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생명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고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윤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고리타분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윤리학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죠.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까 우리가 무엇을 올바른 것으로 여기며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윤리학이고, 정말 이 학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특히 생명에 대해서요. 그렇게 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생명윤리학 박사까지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원장님의 석사, 박사 논문 주제가 유기견의 안락사, 가축의 살처분으로 동물의 죽음에 관한 것이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셨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버려지는 유기동물도 많아졌거든요. 2020년 만해도 13만 마리 가까이 버려졌는데 그중에서 절반 정도가 보름 정도 만에 죽음을 맞습니다.
지금도 시시때때로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전염병에 걸린 가축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농장의 가축들까지 다 살처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이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누구도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 감염된 사람을 안락사 해야 한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하잖아요. 가축에 대해서는 건강한 가축까지도 살처분하고 있는데 지금 이런 방식으로 유기동물이나 가축을 대하는 것이 생명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인지에 대해서 묻는 연구였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코로나 팬데믹 사태, 그 기저에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공장식 축산과 비윤리적 사육환경 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하셨던데요. 이런 현실이 동물권이나 생명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사람들은 우리가 동물을 이용하는 것과 지금의 팬데믹이나 기후위기 같은 사태를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현재 가축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사육하기 위해서 공장식 축산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의 과도한 육식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13억 마리의 소와 10억 마리의 돼지, 그리고 자그마치 200억 마리에 달하는 닭들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그 가축들을 사육하기 위해서 옥수수와 대두로 만든 사료로 이용하게 되는데 이 옥수수와 대두를 재배하기 위해서 대규모로 관행농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관행농에 비료와 농약이 사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500만 에이커 정도의 농지가 사막화되고 있습니다.
또 아마존 열대림에 대두를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서 한 해에 10만 건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고요. 사람들이 불을 지르는 거죠. 그렇게 열대림을 파괴하기 때문에 한 해에 3만 종에 달하는 식물들이 멸종을 당하고 있거든요. 2019년 UN에서 50만에서 100만 종의 종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마존에 있는 동물들이 멸종되어 감에 따라서 그 동물에 감염돼 있는 다양한 바이러스, 인류의 과학이 아직까지 밝히지 못한 바이러스도 있는데 그 바이러스가 다른 감염대상을 찾는데 그 대상이 지구상에 급격히 늘어난 인류가 될 가능성이 높고요. 많은 전염병 학자들이 코로나 사태보다 더 심각한 팬데믹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전 지구적인 규모의 가축사육, 가축의 고통 생태계 파괴, 팬데믹 기후위기 이런 것들이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선 1500만여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 반려문화도 성숙해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예전에 비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사람들이 혼자 있게 되고 고독감 그런 것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예전에는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특별한 취미 정도로 생각했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각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반려동물을 대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 키우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의 생각도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가면 왜 개를 데리고 나오냐고 시비하는 사람도 많았고, 공원에 강아지 데리고 나가는데 스트레스가 돼서 안 간다는 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거든요. 그러면서 그렇게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것에 시비 거는 사람도 사라졌고요.
이렇게 동물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나 사람들과 어울리게끔 하는 게 사회화 교육이거든요. 그런 과정이 제대로 안 되면서 커서는 문제 행동을 보이는 거예요. 다른 사람을 물거나 너무 짖거나 그런 행동을 보이는 개로 자라서 버려지는 개가 많습니다. 그렇게 버려지는 거를 보면 사람들이 강아지를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법무부가 동물에도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앞으로 반려동물도 법의 보호를 받게 되는데요. 동물을 대하는 우리 국민의 태도나 인식을 바꾸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걸로 보시나요?
▶지난달 법무부는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포함시키기로 했거든요. 이제 이 조항이 포함됨으로 인해서 동물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동물은 그저 물건에 불과했어요. 가령 길을 가다가 지나가는 남의 개가 마음에 안 들어서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발로 차서 다치게 하는 경우 그건 타인의 물건, 법적으로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물건을 파손시킨 행위로 간주됐어요. 그래서 강아지 치료비 정도만 물어주면 사건이 일단락되었거든요. 동물이 물건이 아닌 존재로 규정되는 경우 동물을 학대하면 한 생명을 손상시킨 행위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제재를 받게 될 것입니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게 되겠군요.
▶이런 민법의 규정 변화가 다양한 영역에서 실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그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합니다. 어쨌든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규정하면 생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저서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 생명에 있다고 강조하셨던데요. 무엇부터 어떻게 하면 기후도, 생태계 질서도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을 발표하셨잖아요. 그 회칙을 보면 우리 인간 활동과 관련된 이후로 매우 많은 생물종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 인간에게는 그렇게 할 권리가 없음을 강조하셨습니다. 또 자연을 파괴적인 방식으로 대하고 무분별한 착취를 조장한 태도에 대해 반성하며 성경의 집이라는 구조를 우리가 세상이라는 정원을 일구고 돌봐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현재 우리 인류는 당장의 끝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축을 공장식 축산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있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결국 기후위기와 같은 상황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우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정당화하고 있어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동물과 자연을 그렇게 대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연의 무수한 생명들 덕분에 살아가는 존재이고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우월적 태도를 버리고 그들 생명에 대해 감사와 존중의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런 생명들이 상하지 않도록 대해야겠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들이 이미 기후위기가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고 얘기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생태계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수의사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박종무 ‘평화와 생명’ 동물병원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박종무/ 수의사, 생명윤리학 박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태계 회복과 기후위기 극복 첫걸음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
뭇 생명을 인간 중심적으로 이해하고 있어
수의사 중 유일한 생명윤리학 박사
공장식 사육과 생태계 파괴, 코로나 팬데믹·기후위기와 밀접한 관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에게 법적지위 부여 개정안 입법예고
동물과 자연을 학대, 착취할 권리 없어
[인터뷰 전문]
무너진 생태계를 바로 세우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첫걸음은 사람들이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30년째 동물 문제를 알리고, 사람과 모든 생명의 공생, 공존을 말해온 수의사의 통찰인데요.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의 저자, 박종무 ‘평화와 생명’동물병원장 전화로 만나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박종무 라파엘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동물병원 이름이 ‘평화와 생명’이군요. 그동안 동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쓰셨던데 모두 생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강연도 많이 하시고요. 생명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세요?
▶원래는 일상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대하고, 그 생명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소중한 생명이고요. 그래서 생명을 잘 알 것 같은데 의외로 생명을 잘 모릅니다. 모르는 것을 넘어서 생명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들도 너무 많고요.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이 생명을 경쟁적인 관계로 또 인간 중심적으로 이해하는 부분입니다. 그로 인해서 사람들 사이도 경쟁을 내세우며 다른 사람을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을 그저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명은 때로 경쟁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선 또 국내 수의사 중 유일한 생명윤리학 박사인 걸로 아는데요. 어떻게 수의사로서 생명윤리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셨습니까?
▶제가 어릴 적에 이런 저런 폭력을 경험했고,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폭력을 알게 됐습니다.
그 상처받은 동물들을 치료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수의사가 돼서 수의사 임상을 했고요.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업을 하면서 지냈는데요.
그러면서 아내와 같이 미사를 가끔 다녔는데, 어느 날 성당에서 주보를 펼쳤는데 주보에서 툭하고 가톨릭생명대학원 안내문이 떨어진 거예요. 그걸 보면서 사람에 대한 낙태 그런 문제에 대해서 모르고 생명을 너무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가톨릭은 종교적인 색채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해 좀 더 많이 고민을 하잖아요. 생명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생명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고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윤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고리타분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윤리학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죠.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까 우리가 무엇을 올바른 것으로 여기며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윤리학이고, 정말 이 학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특히 생명에 대해서요. 그렇게 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생명윤리학 박사까지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원장님의 석사, 박사 논문 주제가 유기견의 안락사, 가축의 살처분으로 동물의 죽음에 관한 것이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셨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버려지는 유기동물도 많아졌거든요. 2020년 만해도 13만 마리 가까이 버려졌는데 그중에서 절반 정도가 보름 정도 만에 죽음을 맞습니다.
지금도 시시때때로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전염병에 걸린 가축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농장의 가축들까지 다 살처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이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누구도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 감염된 사람을 안락사 해야 한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하잖아요. 가축에 대해서는 건강한 가축까지도 살처분하고 있는데 지금 이런 방식으로 유기동물이나 가축을 대하는 것이 생명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인지에 대해서 묻는 연구였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코로나 팬데믹 사태, 그 기저에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공장식 축산과 비윤리적 사육환경 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하셨던데요. 이런 현실이 동물권이나 생명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사람들은 우리가 동물을 이용하는 것과 지금의 팬데믹이나 기후위기 같은 사태를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현재 가축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사육하기 위해서 공장식 축산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의 과도한 육식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13억 마리의 소와 10억 마리의 돼지, 그리고 자그마치 200억 마리에 달하는 닭들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그 가축들을 사육하기 위해서 옥수수와 대두로 만든 사료로 이용하게 되는데 이 옥수수와 대두를 재배하기 위해서 대규모로 관행농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관행농에 비료와 농약이 사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500만 에이커 정도의 농지가 사막화되고 있습니다.
또 아마존 열대림에 대두를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서 한 해에 10만 건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고요. 사람들이 불을 지르는 거죠. 그렇게 열대림을 파괴하기 때문에 한 해에 3만 종에 달하는 식물들이 멸종을 당하고 있거든요. 2019년 UN에서 50만에서 100만 종의 종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마존에 있는 동물들이 멸종되어 감에 따라서 그 동물에 감염돼 있는 다양한 바이러스, 인류의 과학이 아직까지 밝히지 못한 바이러스도 있는데 그 바이러스가 다른 감염대상을 찾는데 그 대상이 지구상에 급격히 늘어난 인류가 될 가능성이 높고요. 많은 전염병 학자들이 코로나 사태보다 더 심각한 팬데믹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전 지구적인 규모의 가축사육, 가축의 고통 생태계 파괴, 팬데믹 기후위기 이런 것들이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선 1500만여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 반려문화도 성숙해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예전에 비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사람들이 혼자 있게 되고 고독감 그런 것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예전에는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특별한 취미 정도로 생각했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각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반려동물을 대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 키우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의 생각도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가면 왜 개를 데리고 나오냐고 시비하는 사람도 많았고, 공원에 강아지 데리고 나가는데 스트레스가 돼서 안 간다는 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거든요. 그러면서 그렇게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것에 시비 거는 사람도 사라졌고요.
이렇게 동물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나 사람들과 어울리게끔 하는 게 사회화 교육이거든요. 그런 과정이 제대로 안 되면서 커서는 문제 행동을 보이는 거예요. 다른 사람을 물거나 너무 짖거나 그런 행동을 보이는 개로 자라서 버려지는 개가 많습니다. 그렇게 버려지는 거를 보면 사람들이 강아지를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법무부가 동물에도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앞으로 반려동물도 법의 보호를 받게 되는데요. 동물을 대하는 우리 국민의 태도나 인식을 바꾸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걸로 보시나요?
▶지난달 법무부는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포함시키기로 했거든요. 이제 이 조항이 포함됨으로 인해서 동물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동물은 그저 물건에 불과했어요. 가령 길을 가다가 지나가는 남의 개가 마음에 안 들어서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발로 차서 다치게 하는 경우 그건 타인의 물건, 법적으로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물건을 파손시킨 행위로 간주됐어요. 그래서 강아지 치료비 정도만 물어주면 사건이 일단락되었거든요. 동물이 물건이 아닌 존재로 규정되는 경우 동물을 학대하면 한 생명을 손상시킨 행위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제재를 받게 될 것입니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게 되겠군요.
▶이런 민법의 규정 변화가 다양한 영역에서 실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그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합니다. 어쨌든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규정하면 생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저서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 생명에 있다고 강조하셨던데요. 무엇부터 어떻게 하면 기후도, 생태계 질서도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을 발표하셨잖아요. 그 회칙을 보면 우리 인간 활동과 관련된 이후로 매우 많은 생물종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 인간에게는 그렇게 할 권리가 없음을 강조하셨습니다. 또 자연을 파괴적인 방식으로 대하고 무분별한 착취를 조장한 태도에 대해 반성하며 성경의 집이라는 구조를 우리가 세상이라는 정원을 일구고 돌봐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현재 우리 인류는 당장의 끝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축을 공장식 축산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있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결국 기후위기와 같은 상황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우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정당화하고 있어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동물과 자연을 그렇게 대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연의 무수한 생명들 덕분에 살아가는 존재이고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우월적 태도를 버리고 그들 생명에 대해 감사와 존중의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런 생명들이 상하지 않도록 대해야겠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들이 이미 기후위기가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고 얘기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생태계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수의사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박종무 ‘평화와 생명’ 동물병원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 입력 : 2021-08-27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