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올 여름도 극심한 폭염을 버티고 있다. 이제 폭염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폭염은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로, 열사병, 탈수, 전해질 장애 등 다양한 질병을 초래하며, 만성 폐 질환, 심장 질환, 신장 장애, 정신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문제는 갈수록 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인데, 2001~2010년 기간에 폭염 위험이 "높음"으로 분류된 지역은 69곳이었으나, 2021~2030년에는 126곳으로 늘어날 것이다. 서울에서 폭염과 관련하여 사망한 사람 수는 2001~2010년에 10만 명당 0.7명이었으나, 2036~2040년에는 1.5~2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문제는 이같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는 일상 속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하는 건설 노동자는 물론, 고령층, 저소득층, 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명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열 지수가 높아질수록 취약 계층의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없거나 독거 노인의 비율이 높은 구역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욱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대기오염 배출시설의 밀집도와도 관련이 있으며, 반대로 병원과 녹지 면적이 많은 구역에서는 사망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취약 계층에 대한 우선적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폭염 발생 시 긴급 냉방 시설 제공, 대피소 운영, 건강 모니터링 등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기후 적응 능력을 강화하고, 대기 오염을 줄이며, 녹지 공간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폭염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농업 분야에서는 더한데, 이 분야에서의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적은 편이지만 사망 확률이 높고, 농작물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2021년에는 2018년 대비 폭염으로 인한 보상 건수와 농작물 피해 면적을 보면, 각각 18.9배, 3.5배 증가했다. 따라서 농업 분야의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 및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사전 대응으로는 폭염특보 시 농업인에게 온열질환 예방요령을 알림 서비스로 제공하고, 농촌 취약계층 대상 찾아가는 현장지원 서비스, 무더위 쉼터 제공 및 드론을 활용한 작업 현장 확인 등을 시행한다. 사후 대응으로는 농업인안전보험을 통해 폭염 피해 보험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농축산물의 경우, 생육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폭염 대응 현장기술 컨설팅을 통해 안정 생산을 지원하며, 수매 비축 및 계약 출하 물량 추가 확보와 예비묘 준비 등을 통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사후 대응으로는 신속한 손해 평가와 보험금 우선 지원, 어린 가축 입식비, 그리고 기후재난으로 농작물이 회복 불능일 때와 일부라도 회복이 가능한 상태에서 지급되는 대파대와 농약대를 실질적으로 지원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상황이 기후 취약 국가에서는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서아프리카 폭염은 100년에 한번도 일어나지 않을 현상이 현재 10년마다 한 번씩 극한 폭염이 덮치고 있다(World Weather Attribution의 연구보고서, www.worldweatherattribution.org). 앞으로 탄소배출량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고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까지 상승한다면, 이 같은 폭염은 격년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인체에 위협적일 뿐 아니라 이 지역 주력 산업인 코코아 생산과 수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이미 최근 몇년동안 코코아 가격은 급등했다(1톤 당 8000달러 이상).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주요 코코아 공장은 원두를 구매할 여력이 없어 가공을 중단하거나 줄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폭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들 개발도상국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을 누적해온 국가들과 더불어 모든 나라들이 공동의 차별적 책임을 져야만 할 사항이다. 올 여름 우리 모두가 기후 열대화로 인한 폭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 체계가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기후 위기 시대에 발 맞춰 재난 경보 시스템과 예방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주님은 지금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 이들 속에서 말할 수 없는 탄식하시면서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결코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곧 너희의 고통이자 죽음이 될 것이라며 애타게 부르고 계신다. 어렴풋하게나마 듣고 있는 이가 있다면, 그들과 우리 모두를 위해 목소리 내는 기후 증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너는 벙어리와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며, 곤고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 (잠 31:8-9)지금 당장 계층별, 지역별, 업종별 폭염 저감 대책을 철저히 점검하고 중장기적인 맞춤형 폭염 피해 예방 매뉴얼이 만들어지도록 하자. 만일 우리가 기후 취약 계층에 맞춰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머지않아 곧 전 지구로 확산될 수 있다. 어느 곳도 예외일 수 없게 모두가 기후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 예수님 시대 사람들이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슬피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는 것처럼, 폭염을 비롯한 기후 재난에 무관심하고 무감각한 채로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목소리를 낼 때는 절대 혼자 소리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그래야 하듯, 우리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는 모두가 함께 하는 행동을 일 때 간신히 이루어질 수 있다. 화석 연료에 의존한 구조를 재생 에너지 기반의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고, 해외 석탄 투자를 철회하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등 지금보다 더 높은 감축 목표 아래 실질적인 이행을 할 수 있도록 더 기도하고, 더 소리내고, 더 다른 삶을 살아내보자. 우리 모두가 온 힘을 다하면 기후 위기 너머의 지속 가능한 미래의 삶은 계속 이어지게 되리라 믿는다(좋은나무에 ‘기후변화가 불러온 폭염과 항공기 난기류’로 기고한 글 중 일부임). |